WSJ “신흥시장에 힘 쏟는 기업과 명암 엇갈려”
“세계경제 미국경기 탈동조화와 같은 맥락”
“세계경제 미국경기 탈동조화와 같은 맥락”
한국 증시에서 삼성전자의 위상이 뚜렷하게 퇴조한 데는 구조적 변화가 작용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20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2004년 한 때 삼성전자가 시가총액의 4분의 1 가량을 차지했다는 점을 거론하며, “여러 해 동안 한국 투자자들은 시장 전체의 감을 잡기 위해 삼성전자나 현대자동차 같은 대기업의 추이를 살폈다”고 보도했다. 삼성전자는 2004년 4월23일 증시 시가총액의 23.0%까지 점했었다.
그러나 올해 코스피지수가 26% 올라 1800을 돌파하는 사이에 삼성전자 주가는 4.6% 꺼지면서 이런 분위기는 자취를 감췄다. 증시 시가총액에서 삼성전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달 말 10% 아래로 떨어졌고, 포스코와 현대중공업 등은 상승세를 보여왔다. 삼성증권은 지난 1년 반 동안 제조업과 소재산업, 비은행권 금융업 주가는 배로 뛴 반면, 기술주와 자동차업종 주가는 각각 16%와 27% 증가하는 데 그쳤다고 밝혔다.
이런 배경에 미국과 유럽으로의 수출에 주력하는 업체와 중국 등의 신흥시장에 힘을 쏟는 기업의 명암이 엇갈리는 현상이 있다. 삼성전자가 반도체와 휴대폰 분야에서 부진에 시달리는 반면, 철강과 건설, 조선업은 중국과 중동, 중앙아시아의 경제 붐에 힘입어 승승장구한다는 것이다. 한국 기업들의 수출 방향이 미·유럽 일변도에서 이탈해 가는 가운데, 신흥시장들은 철강이나 배 같은 ‘구 경제’ 상품에 많은 돈을 쓰기 때문이다. 이는 세계경제 성장이 미국 경기에 영향을 덜 받게 되는 디커플링(탈동조화)과도 같은 맥락이라고 이 신문은 지적했다.
초대형주의 위상 추락에는 개인들의 투자 열기도 한몫 한 것으로 분석됐다. 퇴직연금과 뮤추얼펀드의 도입과 성장 과정에서 개인들의 증시 참여가 확대돼, 외국인 투자자들이 잘 모르는 식음료와 설비산업 등에 개인들의 돈이 몰리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은 전했다.
메릴린치증권 관계자는 “구조적 변화가 한국 증시를 움직이고 있다”며, 주식이 예금 등에 견줘 높은 수익률을 내 개인들의 참여 열기를 부르면서 증시의 구조 변화를 이끌었다고 말했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