웬디 커틀러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미국 쪽 수석대표가 20일 오후 방한해 인천공항 입국장을 나서고 있다. 인천공항/김종수 기자 jongsoo@hani.co.kr
FTA반대 의원 대토론회…“조세·부동산정책 국가소송 여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서 조세와 부동산 정책이 정부 설명과는 달리 투자자-국가 소송 대상에 포함될 여지가 많다는 분석이 나왔다.
민주노동당 권영길 의원 등 여야 의원 65명으로 꾸린‘한-미 에프티에이 졸속체결에 반대하는 국회의원 비상시국회의’는 20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이런 내용을 담은 정책자문단의 종합보고서를 발표하고 정부 협상 담당자들과 함께 협정문 종합평가 대토론회를 열었다. ▶관련기사 20면
모두 663쪽으로 구성된 시국회의 자문단의 평가보고서에는 투자자-국가 소송제에 따른 공공정책의 훼손을 우려하는 지적이 눈에 띄게 많았다. 특히 정부가 지금까지 조세 부과와 부동산 정책은 투자자 소송대상에서 빠지도록 협정문에 못박았다고 주장해 왔으나, 자문단은 여러가지 예외·단서 조항이 있는데다 문구에 대한 양국의 법 해석 차이로 소송에 걸릴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했다.
이해영 한신대 교수와 진시원 부산대 교수,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의 송호창 변호사 등은 투자분야 평가보고서에서 “‘조세부과는 일반적으로 수용으로 인정하지 않는다’고 투자 부속서에 명시되어 있지만 협정의 예외를 다룬 챕터(제23.3조 6항)는 소송을 제기한 쪽에서 수용이라고 주장하는 경우 과세도 소송 대상임을 인정하고 있다”며 정부의 협상 목표가 사실상 실패한 것으로 평가했다. 이에 김명준 외교통상부 서기관은 “협정문안으로는 정부가 과도한 세금을 부과해 소송에서 질 경우 보상을 해줘야 하는 것은 맞다”고 인정하면서도 “그러나 세금이 소득의 90%를 넘는다든지 하는 극히 심한 조처이거나, 차별적이면서도 국제기준을 완전히 벗어나는 과세에만 해당하는 것이어서 소송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투자자 소송제기에 흔들릴 가능성을 두고는, 공교롭게도 국내 시국회의 자문단과 미국 무역대표부(USTR) 자문위원회가 같은 해석을 내렸다. 협정문에서 소송 대상의 예외로 인정하는 정책은 ‘부동산가격 안정화 정책’인데, 정부는 이를 현행 개별 부동산 정책들을 포괄하는 것이라고 설명해 왔다. 하지만 이해영 교수는 “미 자문위 보고서를 보면, 그것은 단지 한국 정부의 의견에 불과하며 법적 중요성은 없다고 평가하고 있다”며 “도시계획구역 지정이나 개발 제한행위 등 토지의 이용 및 개발과 관련한 규제는 모두 소송대상에 포함돼 무력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여야의원들은 정부의 재협상 방침을 일제히 비난했다. 천정배 의원은 “미국은 ‘필수적 안보’를 투자자-국가 소송 대상에서 제외되록 하는 요구 등 철저하게 자국 이익에 따라 재협상안을 내놓는데 우리 정부는 원칙을 손바닥 뒤집듯하며 끌려가기 협상을 하고 있다”며 “우리도 부동산이나 조세 문제 등 미흡한 부분을 보완하자고 맞불을 놓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박순빈 김진철 기자 sbpar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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