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규 경제 부총리가 25일 오후 과천청사에서 열린 경제정책조정회의에서 2단계 기업 환경 개선 종합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재정경제부 제공
재경부, 오염물질 무방류 전제 검토…환경부도 수용 입장
하이닉스 “경제성 없다” 판단 오염 배출량 기준 고수뜻
일부선 “허용 확정땐 공장증설 막을 명분 약해질것”
하이닉스 “경제성 없다” 판단 오염 배출량 기준 고수뜻
일부선 “허용 확정땐 공장증설 막을 명분 약해질것”
정부는 하이닉스반도체가 오염 물질 무방류 기술을 확보할 경우 이천공장의 구리 공정 전환 허용을 적극 검토하기고 했다. 무방류 기술이란 폐수를 최종 처리한 방류수를 하천·강 등 외부로 배출하지 않고 공장 안에서 재순환·재활용하는 기술이다. 그러나 환경단체들은 정부의 이런 조처가 수도권의 무분별한 개발로 이어질 수 있다며 우려를 표명했다.
정부는 25일 하이닉스 이천공장의 구리 공정 전환 허용 검토 등을 뼈대로 한 ‘2단계 기업 환경 개선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조원동 재정경제부 차관보는 “하이닉스로부터 비공식적 요구가 많았다”며 “이에 대한 처리 방안을 환경부에서 조속한 시일 안에 별도로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이닉스는 그동안 이천공장의 경우 첨단 제품 양산을 위해 반도체 배선 소재를 알루미늄 대신 전도율이 높은 구리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으나, 정부는 환경 오염 우려를 들어 불가 방침을 밝혀왔다. 하이닉스 이천공장은 상수원 보호구역에 위치해 구리·납·비소 등 19종의 유해 물질이 배출될 수 있는 시설 설치가 금지돼 있다.
구리 공정 허용 여부 재검토를 주장해온 재경부와 달리 불허 방침을 고수해온 환경부도 ‘무방류 시스템’을 적용한다면 허용을 검토하겠다는 쪽으로 입장을 잡았다. 심무경 환경부 산업수질관리과장은 “하이닉스 쪽으로부터 공식 요청이 아직 안 들어왔다. 공식 요청이 오면 기존 법을 바꿀 수 있는지 적극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구리 공정을 허용하려면 환경부는 이천 지역에 적용되는 환경정책기본법과 수질환경보전법 시행령 또는 시행규칙을 개정해야 한다. 현행 법령에 따르면 이천공장은 무방류 시스템을 설치해도 구리 공정으로 바꿀 수 없다.
하이닉스는 25일 정부가 구리 공정 전환을 허용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데 대해, 공식적으로는 “(공정 전환 요청을) 검토하겠다”며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공정 전환을 정식으로 요청하더라도 넘어야 할 산이 많기 때문이다. 하이닉스는 오염 물질 무방류 기술 확보에 대해 “타당성을 검토하겠다”고 밝혔지만, 내부적으론 ‘경제성이 없다’는 판단이 우세하다. 한 간부급 직원은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음용수 기준 이하로 유해 물질을 규제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구리 배출량을 어느 정도까지 줄일 수 있느냐가 허용 기준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하이닉스는 현재 구리 배출량을 허용치의 125분의 1 수준인 0.008ppm까지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허용 논의가 이렇게 흐를 경우, 또다시 환경단체 등의 거센 반발을 부를 가능성이 높다.
하이닉스는 구리 공정 전환이 ‘최선이 아닌 차선’의 선택이라고 강조한다. 공정을 바꾸려면 기존 설비 대부분을 교체해야 해 신규 증설 못지 않은 비용이 들기 때문이다. 그러나 구리 공정 전환이 허용되면, 향후 이천공장의 추가 증설에 숨통이 트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한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일단 정부가 구리 공정을 허용하면 추가 증설을 막을 명분이 약해지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한편 염형철 환경운동연합 활동처장은 “이번 조처가 수도권의 개발 도미노로 이어지는 것을 경계한다”며 “재경부가 아닌 환경부가 논의를 주도해 여러 전문가들이 환경적 타당성을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진철 김회승 기자 nowhere@hani.co.kr
하이닉스 공장 증설 관련 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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