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그룹들은 새해에 공격과 방어, 선택과 집중, 경영혁신과 연구개발 투자 확대 등을 통해 그 어느 때보다 불투명한 국내·외 경영환경에 대처할 것으로 보인다. 주요 대기업들은 대체로 핵심사업 부문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 미래 성장동력 발굴 등을 위해 지난해보다 시설 및 연구개발 투자를 확대할 계획이다. 그러나 국내 경기침체 지속과 원-달러 환율 하락에 따른 수출 채산성 악화 전망 등을 고려해 허리띠를 조이면서 수익성 위주의 ‘내실 경영’을 펼치려는 움직임도 뚜렷하다. 삼성-반도체·엘지-전자 집중 투자
현대차, 수출 박차…SK “세계로”
KT·금호 새 정장동력 확충 주력
현대·대림·대우 “수익성 위주로” ■ ‘글로벌 경쟁력’이 살길이다=〈한겨레〉가 최근 30대 그룹의 새해 경영계획 자료를 분석한 결과, 주요 그룹사들은 올해도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핵심 열쇳말로 삼았다. 삼성은 올해 경영방침을 지난해와 똑같이 ‘글로벌 일류기업 구현’으로 정하고, 이를 위해 반도체, 엘시디 등 주력 사업을 중심으로 국내 투자를 대폭 늘리는 등 공격 경영을 펼치기로 했다. 엘지그룹은 일단 내수 회복이 더딜 것으로 보고 ‘내실 경영’에 무게를 싣고 있다. 하지만 전자·정보통신 등 핵심 부문에는 지난해 대비 10% 정도 늘어난 10조원 이상을 투자해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할 계획이다. 특히, 전자 부문의 연구개발 인력을 지금보다 6천명 정도 많은 2만명 수준으로 늘리기로 했다. 현대·기아자동차그룹은 내수 부진을 수출로 만회하기 위해 올 수출 목표를 지난해 실적 보다 10% 높게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앨라바마 공장 등 국외 공장의 가동율을 높여 환율 충격을 완화한다는 전략도 짰다. ‘글로벌 뉴에스케이’를 열쇳말로 정한 에스케이그룹은 국외 에너지 자원개발, 정보통신 부문의 수출형 사업 모델화에 역량을 투입할 방침이다. 또 연구개발 비용을 지난해 3500억원에서 4천억원으로 증액하기로 했다. 씨제이는 올해 ‘글로벌 기업’으로의 변신에 중점을 두기로 했다.
■ 미래를 선점하라=차세대 성장기반을 새로 발굴하거나 확충하고, 신규 시장을 먼저 차지하려는 기업들의 발빠른 움직임도 눈에 띈다. 케이티는 올해를 새로운 성장엔진이 될 신규 서비스를 본격 준비하는 해로 삼았다. 와이브로(무선인터넷),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 부문 등의 사업권 획득과 초기 시장 선점에 역량을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하나로텔레콤도 와이브로 사업권 획득과 두루넷 인수 등을 통해 공격적인 경영에 나서기로 했다. 롯데그룹은 백화점과 할인점인 롯데마트의 새 점포 출점 등에 9천억원을 투자하는 등 주력 업종을 강화하는 한편, 외국 기업들과의 전략적 제휴 등을 통해 신규 사업에도 적극 뛰어든다는 경영 전략을 세웠다. ‘맞수’인 신세계는 올해 이마트 10여개를 새로 여는 등 유통 부문에 사상 최대규모인 1조원을 쏟아붓기로 했다. 금호아시아나는 미래 성장동력인 물류와 레저 사업 쪽에 과감하게 투자를 확대하기로 했다. 지난해 11월 한국복합물류주식회사 지분을 추가로 인수한 금호는 여객운송뿐만 아니라 산업운송까지 사업 영역을 넓혀 종합물류기업으로 성장한다는 계획이다. ■ 혁신과 내실로 승부한다=이구택 포스코 회장은 신년사에서 ‘혁신’이라는 말을 6차례나 썼다. 포스코가 급변하는 경영환경 아래서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려면 끊임없는 경영혁신이 필요하다고 역설한 것이다. 현대중공업, 동부, 한솔그룹 등도 올해 열쇳말에 ‘혁신’을 포함시켰다. 내수 비중이 높은 대기업들은 국내 경기침체가 장기화할 것에 대비해 외연을 넓히기보다 내실을 다지거나 허리띠를 조이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대림산업은 “주택경기 회복 가능성이 불투명하고, 건설경기의 위축도 지속될 것으로 보여 내실경영 기조를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대우건설도 종전과 달리 수주물량 확대와 수익성 중심 사업 기조를 바꿔, 현금 흐름을 중시하는 경영을 펴기로 했다. 현대그룹은 적정 수익률에 따라 사업 계획을 짜는 등 보수적인 투자로 불확실성에 대비한다는 전략이고, 두산그룹 역시 긴축 기조 아래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 기반을 닦기로 했다. 지난 연말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한 코오롱은 채산성이 떨어지는 섬유 쪽 매출 비중을 크게 줄이는 대신, 전자·자동차 소재 부문을 강화할 계획이다. 대우조선해양은 자재비 인상과 원화절상으로 매출이 지난해보다 비슷하거나 약간 줄고, 순이익은 감소 폭이 클 것으로 보고 ‘초비상경영’에 나설 방침이다. 이밖에 동양그룹은 지속적인 성장과 함께 사회적 책임 수행을, 케이씨씨(KCC·금강고려화학)는 환경 친화적 경영을 강조했다. 산업팀 sbpar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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