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들의 사치품 ‘지역마다 달라요’
유럽은 예술품, 미국선 야구카드…
유럽 부자들은 예술품에 가장 많은 돈을 쓰고, 중동 부자들은 보석에 특히 집착한다. 서구 부자들은 여가생활에 많은 돈을 쓰는데, 아시아에서는 비싼 자동차에 돈을 아끼지 않는다.
투자은행 메릴린치와 컨설팅업체 캡제미니가 최근 발표한 ‘세계의 부(富) 보고서’에 나타난 백만장자들의 사치품 씀씀이를 요약하면 이렇다. 역사·문화적 배경에 따라 지출 행태가 차이나는 것이다.
지난해 집을 빼고 100만달러(약 9억2천만원) 이상의 자산을 지닌 950만여명이 가장 많은 돈을 쓴 품목은 자동차·배·비행기 등 ‘호화 제품’이다. 세계적으로 사치품 구입비의 26%가 ‘호화 제품’에 쓰였는데, 아시아·태평양의 이 항목 지출 비중이 30%로 가장 높았다. 그러나 아시아·태평양은 골프 회원권·여행·옷 등 여가와 관련된 지출 비중은 11%로, 북미(18%)와 유럽(17%)보다 낮다.
예술품 투자는 유럽과 중남미가 각각 25%로 가장 많다. 북미와 중동은 각각 15%, 아시아·태평양은 19%에 그쳤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유럽과 북미의 예술품 수집 열기가 차이 나는 것은 북미의 많은 백만장자들이 중산층 출신으로 단기간에 돈을 번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귀족문화 전통이 강한 유럽에서는 저택을 꾸미는 예술품 구매가 활발하다는 것이다. 북미 백만장자들은 대신 동전·와인·골동품 등 ‘기타’ 품목에 19%로 다른 지역보다 가장 많은 돈을 들였다. 이는 북미 부자들이 옛날 유명 선수들의 사진이 실린 야구카드 등에 많은 돈을 쓰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중동 부자들은 보석(32%)에 유럽(13%)이나 북미(18%)보다 두드러지게 많은 돈을 썼다. 전문가들은 중동에서 보석의 인기가 높은 것은 과거 유목생활 때 지니고 다니기 편리했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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