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의 투자은행(IB) 선도역할론에 대해 상반된 주장
대우증권 처리 맞물려 논란 이어질듯
길 트기냐
독보적 경험·자금 활용…국책은행 역할 재정립 길 막기냐
불공정 경쟁 볼보듯…시장 뒷받침 신경써야 국책은행 역할 재정립 방안 발표를 하루 앞둔 5일, 정부는 산업은행 등 국책은행이 투자은행(IB) 활성화를 선도하도록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는 산은의 자회사인 대우증권을 매각하는 대신 산은의 투자은행 부문을 대우증권에 넘겨 육성하겠다는 뜻으로, 산은의 기존 주장이 상당히 반영된 것이다. 그러나 산은의 ‘투자은행 선도 역할론’에 대해, 시중은행들은 국책은행이 민간과 경쟁 관계에 있는 분야를 주도하는 것은 맞지 않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권오규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이날 <머니투데이> 창간 기념식에서 “자본시장통합법 제정을 계기로 산은 등 국책은행의 역할을 재정립하여 투자은행 활성화 및 해외 진출을 선도하도록 하겠다”며 “산은 주도 아래 사모펀드(PEF)를 설립해 해외 기업 인수와 부실채권 등에 투자할 것”이라고 밝혔다. 6일 국책은행 역할 재정립 방안 발표를 앞두고, 대우증권을 산은이 주도해 대형 투자은행으로 육성하도록 하겠다는 뜻을 밝힌 셈이다. 이는 대우증권 처리 문제를 놓고 논란을 거듭해 온 정부와 산은이 조기 매각과 투자은행 육성 방안을 결합한 ‘과도기 방안’을 내놓은 것이다. 대우증권을 즉각 민영화하기보다 ‘한국판 골드만삭스’로 육성될 여건을 마련한 뒤 판단해도 늦지 않다고 줄곧 주장해 온 산은 쪽의 입장이 반영된 결과다. 산은은 그동안 “외국계 투자은행이 독식하고 있는 국내에서 투자은행 기능이 가장 앞선 ‘토종 자본’인 산은이 투자은행 활성화에 선도적 역할을 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해왔다. 다만 국책은행이 직접 투자은행을 끌어간다는 부담을 줄일 수 있는 방안으로 대우증권으로의 투자은행 기능 일원화를 내세운 것이다. 김창록 산은 총재는 <한겨레>와 최근 인터뷰에서 “산은은 국내 투자은행 부문에서 다른 은행들이 따라오지 못할 정도로 독보적이며, 외국계에도 밀리지 않는다”며 “국책은행이냐 아니냐는 별로 중요하지 않지만, 산은은 정책금융과 관련 있는 일부 투자은행 업무만 갖고 나머지 시장과 충돌하는 투자은행 업무는 대우증권으로 일원화하면 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시중은행들은 100% 정부출자기관인 산은이 민간과 경쟁하는 것은 공정하지도 적절하지도 않다며 반발하고 있다. 산은이 할 일은 시장 실패가 있는 부분을 보완하거나 뒷받침하는 역할이며, 지금껏 산은이 투자은행의 모범을 보여준 것은 사실이지만 이제 민간이 할 수 있는 부분에선 손을 떼는 게 옳다는 주장이다. 신한은행의 한 고위임원은 “공룡 같은 산은이 지금도 풍부한 자금으로 마음대로 (시장 영향력을) 휘두르는데 투자은행까지 넘보는 것은 맞지 않다고 본다”며 “오히려 시중은행들에 투자은행을 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나라도 투자은행을 하려면 대형 은행들 중심으로 (정부가) 유도해야 하는데, 은행법 제한에 걸려 투자은행을 적극적으로 하기 힘들다”고 덧붙였다. 김진철 기자 nowhere@hani.co.kr
독보적 경험·자금 활용…국책은행 역할 재정립 길 막기냐
불공정 경쟁 볼보듯…시장 뒷받침 신경써야 국책은행 역할 재정립 방안 발표를 하루 앞둔 5일, 정부는 산업은행 등 국책은행이 투자은행(IB) 활성화를 선도하도록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는 산은의 자회사인 대우증권을 매각하는 대신 산은의 투자은행 부문을 대우증권에 넘겨 육성하겠다는 뜻으로, 산은의 기존 주장이 상당히 반영된 것이다. 그러나 산은의 ‘투자은행 선도 역할론’에 대해, 시중은행들은 국책은행이 민간과 경쟁 관계에 있는 분야를 주도하는 것은 맞지 않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권오규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이날 <머니투데이> 창간 기념식에서 “자본시장통합법 제정을 계기로 산은 등 국책은행의 역할을 재정립하여 투자은행 활성화 및 해외 진출을 선도하도록 하겠다”며 “산은 주도 아래 사모펀드(PEF)를 설립해 해외 기업 인수와 부실채권 등에 투자할 것”이라고 밝혔다. 6일 국책은행 역할 재정립 방안 발표를 앞두고, 대우증권을 산은이 주도해 대형 투자은행으로 육성하도록 하겠다는 뜻을 밝힌 셈이다. 이는 대우증권 처리 문제를 놓고 논란을 거듭해 온 정부와 산은이 조기 매각과 투자은행 육성 방안을 결합한 ‘과도기 방안’을 내놓은 것이다. 대우증권을 즉각 민영화하기보다 ‘한국판 골드만삭스’로 육성될 여건을 마련한 뒤 판단해도 늦지 않다고 줄곧 주장해 온 산은 쪽의 입장이 반영된 결과다. 산은은 그동안 “외국계 투자은행이 독식하고 있는 국내에서 투자은행 기능이 가장 앞선 ‘토종 자본’인 산은이 투자은행 활성화에 선도적 역할을 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해왔다. 다만 국책은행이 직접 투자은행을 끌어간다는 부담을 줄일 수 있는 방안으로 대우증권으로의 투자은행 기능 일원화를 내세운 것이다. 김창록 산은 총재는 <한겨레>와 최근 인터뷰에서 “산은은 국내 투자은행 부문에서 다른 은행들이 따라오지 못할 정도로 독보적이며, 외국계에도 밀리지 않는다”며 “국책은행이냐 아니냐는 별로 중요하지 않지만, 산은은 정책금융과 관련 있는 일부 투자은행 업무만 갖고 나머지 시장과 충돌하는 투자은행 업무는 대우증권으로 일원화하면 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시중은행들은 100% 정부출자기관인 산은이 민간과 경쟁하는 것은 공정하지도 적절하지도 않다며 반발하고 있다. 산은이 할 일은 시장 실패가 있는 부분을 보완하거나 뒷받침하는 역할이며, 지금껏 산은이 투자은행의 모범을 보여준 것은 사실이지만 이제 민간이 할 수 있는 부분에선 손을 떼는 게 옳다는 주장이다. 신한은행의 한 고위임원은 “공룡 같은 산은이 지금도 풍부한 자금으로 마음대로 (시장 영향력을) 휘두르는데 투자은행까지 넘보는 것은 맞지 않다고 본다”며 “오히려 시중은행들에 투자은행을 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나라도 투자은행을 하려면 대형 은행들 중심으로 (정부가) 유도해야 하는데, 은행법 제한에 걸려 투자은행을 적극적으로 하기 힘들다”고 덧붙였다. 김진철 기자 nowher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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