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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구닥다리 조세조약 , 외국 펀드 ‘먹튀’ 무방비

등록 2007-07-08 21:32

주요 외국계펀드 투자이익과 과세 현황
주요 외국계펀드 투자이익과 과세 현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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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계 사모펀드인 뉴브릿지캐피털은 2005년 제일은행을 매각해 차익 1조1500억원을 거두고도 세금은 한 푼도 안냈다. 우리나라와 조세조약(이중과세 방지 협정)을 맺은 말레이시아의 라부안에 등록된 법인을 통해 거래를 했기 때문이다. 한미은행 매각 차익으로 7천억원을 벌어들인 미국계 사모펀드 칼라일과, 진로를 매각해 1조원의 수익을 거둔 골드만삭스도 비슷한 방법으로 세금을 내지 않았다.

최근 논란을 빚고 있는 론스타의 경우, 스타타워 빌딩 매각 차익에 대한 과세(세금 1400억원)는 일단 성공했지만, 외환은행·극동건설·스타리스의 매각 차익 2조여원에 대해선 과세가 불투명하다.

론스타 등 수천억 차익 불구 세금 한푼도 안내
‘펀드 주소’ 가진 국가에 과세권 주는 조약 악용
이익 챙긴 나라서 세금 걷는 예외조항 도입 시급

외국계 사모펀드에 왜 과세 못하나?=우리나라 세무당국이 뉴브릿지와 칼라일에 과세를 하지 못한 것은 말레이시아와 맺은 조세조약이 ‘주식 양도차익에 대한 과세는 거주지국(말레이시아)이 한다’고 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골드만삭스도 한-아일랜드 조세조약을 이용해 과세를 피했다.

론스타의 스타타워 빌딩 매각 차익은 벨기에 법인을 소득의 실질적 지배권이 없는 ‘도관(導管)회사’로 보고 론스타 본사가 있는 미국과의 조세조약을 적용해 과세를 할 수 있었다. 미국과의 조세조약에 ‘자산 중 부동산 비율이 50%를 넘으면 원천지국(한국)에서 과세가 가능하다’는 조항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외환은행 등 나머지 건은 부동산 비율이 높은 회사가 아니어서 이 조항을 적용할 수 없다.

우리나라가 50여개국과 맺은 조세조약은 외국계 펀드의 주식 양도 차익에 대한 과세권을 외국계 펀드 거주지국에 주고 있다. 물론 조약은 상호주의를 따르기 때문에 반대의 경우엔 우리 정부에 과세권이 인정되지만,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자본 수입국에 가까워 과세권을 얻기보다는 잃는 경우가 더 많다. 윤영선 재정경제부 조세기획심의관은 “1970년대 이후 경제 성장 과정에서 외국 자본이 많이 필요했고 그래서 여러 나라들과 (이런 방식으로) 조세조약을 체결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개선 방향은?= 세계적으로 1990년대부터 외국계 사모펀드들의 조세 회피가 문제되면서 외국계 펀드가 실제 수익을 얻은 나라(원천지국)에 과세권을 주는 방향으로 조세조약의 예외가 인정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우리나라 정부는 외환위기 직후 헐값에 국내 자산을 사들인 외국계 펀드들의 차익 실현이 예상됐는데도 조세조약의 개정에 적극적이지 않았다. 그러다 뉴브리지의 조세 회피가 문제되면서 조세조약 개정에 나섰다.


안종석 조세연구원 부원장은 “세계적으로 90년대부터 주식 양도 차익에 대한 과세, 부동산 과다 법인 과세, 과점 주주에 대한 과세 등을 원천지국에 귀속시키는 조항들이 도입되기 시작했다”며 “최근에는 조세조약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회사나 개인들을 열거하고, 열거되지 않은 경우 국세청이 심사해서 판단하도록 하는 조항들이 미국에서 개발돼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세무당국이 조세조약과 국제 조세 관례의 적극적 해석을 통해 외국계 펀드에 과세하려는 노력도 필요하다. 이만우 고려대 교수(경영학)는 “론스타의 경우 국제 조세 관례상 국내의 ‘고정사업자’로 인정할 수 있는 가능성이 많고 고정 사업자로 인정만 되면 얼마든지 과세권을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조세 회피가 분명해보이는 투자의 경우 국내에서 과세를 할 수 있도록 국내법상의 ‘실질과세 원칙’(소득의 명의상 귀속자가 아닌 실질 귀속자에게 과세하는 것)을 좀더 명확히 할 필요도 있다. 국세청 관계자는 “지난해 5월 ‘국제 조세 조정에 관한 법률’을 도입하는 등 실질과세 원칙이 대폭 강화됐지만 이를 적용하는 데 현실적으로 제약이 많은 상태”라고 말했다.

김진철 기자 nowher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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