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머타임’ 도입 움직임 가속화
재계 “소비유발 효과”…정부도 여론 수렴
노동계 “장시간 노동 시달릴 것” 반발
노동계 “장시간 노동 시달릴 것” 반발
실효성 논란에도 기업들을 중심으로 내년 여름부터 ‘서머타임제’(일광 시간 절약제)를 도입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우호적인 여론을 조성하기 위해 바짝 고삐를 죄고 있고, 정부는 앞으로 두 달 동안 국민 여론을 들어본 뒤 도입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국내에서는 유난히 반대하는 목소리가 높은데도 서머타임제를 도입하자는 주장이 끈질기게 나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기업들이 내세우는 도입 명분은 에너지 절약과 내수 경기 진작이다. 속내는 경제적 효과에 무게가 더 쏠려 있다. 서머타임제는 여름철에 시간을 표준시보다 1시간 앞당기는 제도인데, 그만큼 일을 일찍 시작하게 되면 국민들의 여가 시간이 늘어나 관광·레저·스포츠 같은 산업 활성화에 도움이 된다는 논리다. 이병욱 전경련 산업본부장은 “서머타임제를 실시하면 1조2900억원에 이르는 생산유발 효과와 8600억원이 넘는 소비유발 효과를 일으킬 것”이라고 말했다. 이성근 에너지경제연구원 실장은 “에너지 절감뿐 아니라 삶의 형태를 일 중심형에서 생활 중심형으로 바꾸는 데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경제단체들은 과거 어느 때보다도 서머타임제의 도입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정부가 전향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산업자원부가 재도입 방침을 시사한 데 이어 지난 13일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국가 에너지 절약 추진위원회에서 앞으로 두 달 동안 국민 여론을 수렴하며 공론화 과정을 밟기로 한 것이다.
다른 나라들의 움직임도 국내 기업들을 자극하고 있다. 우선 이웃 일본 정부가 도입에 적극적이다. 일본이 서머타임제를 시행하게 되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이 제도를 도입하지 않는 나라는 아이슬란드와 한국밖에 남지 않는다.
그러나 서머타임제 실시를 서둘러서는 안 된다는 반대 여론도 만만치 않다. 특히 노동계는 “정시 퇴근이 어려운 현실을 감안하지 않고 경제적 효과만을 보고 결정해서는 안 된다”며 강한 거부감을 나타내고 있다. 김태현 민주노총 정책실장은 “가뜩이나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는 노동자들을 더 힘들게 할 제도”라고 말했다.
또 정부 안에서도 아직 입장 차이가 있다. 재정경제부와 산자부 등 경제 관련 부처는 대체로 찬성하지만 과학기술부와 건설교통부는 표준시와 대중교통 시간 조정 등의 어려움 때문에 난색을 표시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1988년 서울 올림픽 때 서머타임제를 실시한 적이 있으나, ‘국민 생체 리듬까지 국제 조류에 맡긴다’는 비판을 받고 폐지됐다. 홍대선 기자 hongds@hani.co.kr
서머타임제 추진 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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