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초 영업 시작…청와대에 “영세업체 도산” 진정서
롯데그룹이 일본 최대 여행사 제이티비(JTB)와 합작한 롯데제이티비가 이달 초부터 영업을 시작하면서 여행업계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한국관광협회중앙회는 18일 롯데제이티비의 시장 진출을 비난하고, 대기업의 여행업 진출을 제한하도록 관련 법을 개정해달라는 내용의 진정서를 청와대에 제출했다. 관광협회중앙회는 진정서에서 “롯데제이티비는 2011년에 국내 인구 120만명의 해외 여행 알선을 영업 목표로 내세운다. 이는 국내 업계가 연간 취급하는 인원의 3분의 1로, 이렇게 되면 대부분의 영세 여행 업체들은 도산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관광협회중앙회는 이어 “롯데제이티비 설립이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지만, 외국의 거대 기업까지 끌어들여 국내 시장을 무너뜨리는 것이 재벌 그룹이 해야 할 일인지 분노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신중목 관광협회중앙회 회장은 “롯데그룹에 진출 유보를 요청하는 서한도 보내고 항의도 했지만 아무런 설명이 없어 진정서를 제출했다. 우리는 롯데그룹이 롯데닷컴을 통해 여행업을 시작했을 때는 문제를 삼지 않았다. 또 만약 일본 제이티비가 단독으로 시장에 들어왔다면 항의를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호텔과 백화점, 대형 마트를 거느린 롯데그룹과 일본의 제이티비가 합쳐지면 시장 파급력이 크다”고 우려했다.
그러나 롯데제이티비 관계자는 “사업 계획을 세울 때 120만명을 썼는데 중앙회 쪽은 이를 패키지 여행객 수로 생각하는 것 같다. 항공 등 판매 수치를 포함한 추정치일 뿐이다. 또 제이티비가 한국을 여행하는 일본인들에게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려고 국내 파트너를 먼저 찾았다”고 말했다.
업계 내부에서는 롯데제이티비의 시장 진출을 놓고 엇갈리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한 여행업체 관계자는 “일부 노선만 물량이 잘 나가고 판매되지 않는 물량이 많은 현실을 감안할 때 현재 여행 시장의 전망은 불분명하다. 이런 상황에서 롯데가 뛰어든 것은 자금력만으로도 기존 시장을 잠식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 같다. 롯데 같은 큰 회사라면 그룹사 물량만으로 먹고 산다.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영세 업체들이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고 걱정했다. 그러나 다른 여행업체 관계자는 “제이티비 진출이 바람직한 측면도 있다. 우리 여행 시장은 대형 업체들이 항공사 좌석을 독점해 패키지 가격을 낮추는 형태로 이뤄져 있는데 이 구조를 깨기가 쉽지 않다. 자유 여행을 수익 모델로 한 제이티비가 들어오면 새로운 시장이 생길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박현정 기자 sara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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