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주요 국가들의 미국 국채 순매수·순매도 추이
투자 다변화 영향…미 경상적자 메운 돈줄 말라
미 금리인상 등 불안 증폭땐 무역마찰 부를수도
미 금리인상 등 불안 증폭땐 무역마찰 부를수도
아시아 국가들이 미국 국채를 내다팔고 있다.
그동안 대미 수출로 번 돈을 미국 국채 매입에 쏟아부었던 한국과 중국, 일본 등이 최근 시선을 주식이나 달러 이외의 통화로 돌리고 있다. 아시아 국가들이 무게 중심을 안정성에서 수익성으로 옮기면서, 막대한 빚으로 풍요로운 소비를 즐겨온 미국 경제에 위기감이 감돌고 있다. 미국 경제의 위기 가능성이 커질수록 아시아 국가들의 ‘달러 탈출’ 움직임은 가속화하고 국제 금융시장의 불안정 요인도 그만큼 확대될 수 있다.
■아시아 국가들의 미국 국채 투자 동향=미국 재무부가 지난 주말 홈페이지(ustreas.gov)에 공개한 자료를 보면, 아시아 국가들에서 미국으로 향하는 ‘돈줄’이 예전보다 눈에 띄게 가늘어지고 있다. 5월 말 현재 한국과 일본이 보유한 미국 재무부 증권(국채) 잔액은 각각 521억달러와 6152억달러로, 두 나라는 올 들어 5개월 동안 각각 146억달러와 77억달러 순매도했다. 세계 최대 외환 보유국인 중국의 움직임도 심상찮다. 지난 한해 동안 미국 국채 잔액을 869억달러나 늘렸던 중국의 경우 올 들어서는 그 기세가 꺾여 5월 말까지 늘어난 잔액이 105억달러에 불과했다.
아시아 국가들이 선호해온 만기 3년 이상 국채만을 따로 추릴 경우, 변화는 더 뚜렷하다. 올 들어 5개월 동안 한국·중국·일본·대만·홍콩 등 5개국은 만기 3년 이상 국채를 모두 104억달러 순매도했다. 528억달러 순매수했던 지난해와 견주면 눈에 띄는 변화다.
송태정 엘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 10여년 동안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를 아시아 국가들의 자본 수출이 메워주던 세계 경제의 기본 틀이 밑바닥에서부터 서서히 바뀌고 있는 중”이라고 분석했다.
이 과정에서 세계 전체의 외환 보유액 가운데 달러화가 차지하는 비중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 자료를 보면, 세계 각 국이 보유한 전체 외화 자산 가운데 달러화 비중은 2005년 말 66.7%→2006년 말 64.6%→올해 1분기 말 64.2%로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세계 경제에 끼칠 영향은?=전문가들은 미국행 돈줄이 마를수록 미국 경제의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진단한다. 오석태 한국씨티은행 경제분석팀장은 “미국이 대규모 적자를 감수하면서 아시아 국가들의 수출을 뒷받침해줄 수 있었던 건 아시아 국가들이 벌어들인 돈이 다시 미국으로 환류돼 부족한 투자 재원을 메워줬기 때문인데, 아시아발 돈줄이 줄어든다는 것은 미국 경제엔 큰 악재”라고 말했다.
지난해 국내총생산(GDP)의 6.1%에 이르는 8115억달러의 경상수지 적자를 냈던 미국 경제의 버팀목은 7168억달러에 이르는 자본수지 흑자, 곧 나라 밖에서 밀려들어온 돈이었다. 하지만 올 들어 최대 고객이던 아시아 국가들의 태도 변화가 뚜렷해지자, 미국 국채 가격은 떨어지고 미국 안 장기금리는 계속 오르고 있다.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4%대 중반에 머물던 10년물 미국 국채 금리는 올 들어 가파른 상승세를 보여 지난 6월12일 5.26%까지 치솟았고, 그 이후에도 5%대를 유지하고 있다.
이는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로 야기된 미국 경제의 둔화 가능성을 더욱 부채질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를 낳는다.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지난 19일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상황이 초기에 생각했던 것보다 좋지 않다”며, 올 성장률 전망치를 애초 2.5~3.0%에서 2.25~2.5%로 낮췄다. 전창환 한신대 교수(경제학)는 “미국으로 향하는 돈줄이 줄었다는 것은 그만큼 달러 약세 전망에 힘을 실어주는 것”이라며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사태로 촉발된 미국 경제 둔화 가능성이 달러 약세 전망과 맞물릴 경우 국제 금융시장의 불안정성이 증폭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신용상 금융연구원 거시경제팀장은 “아직은 아시아 국가들이 미국 국채를 본격적으로 내다파는 단계까지는 아니라고 본다”고 전제한 뒤, “다만 국제 환율 전쟁이 격화하고, 미국의 보호주의적 색채가 강화되는 결과는 가져올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달러 약세 전망이 한층 힘을 얻을 경우, 싼값에 달러를 빌려 다른 지역에 투자하는 달러 캐리 트레이드가 새로이 등장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우성 기자 morgen@hani.co.kr
이는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로 야기된 미국 경제의 둔화 가능성을 더욱 부채질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를 낳는다.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지난 19일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상황이 초기에 생각했던 것보다 좋지 않다”며, 올 성장률 전망치를 애초 2.5~3.0%에서 2.25~2.5%로 낮췄다. 전창환 한신대 교수(경제학)는 “미국으로 향하는 돈줄이 줄었다는 것은 그만큼 달러 약세 전망에 힘을 실어주는 것”이라며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사태로 촉발된 미국 경제 둔화 가능성이 달러 약세 전망과 맞물릴 경우 국제 금융시장의 불안정성이 증폭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신용상 금융연구원 거시경제팀장은 “아직은 아시아 국가들이 미국 국채를 본격적으로 내다파는 단계까지는 아니라고 본다”고 전제한 뒤, “다만 국제 환율 전쟁이 격화하고, 미국의 보호주의적 색채가 강화되는 결과는 가져올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달러 약세 전망이 한층 힘을 얻을 경우, 싼값에 달러를 빌려 다른 지역에 투자하는 달러 캐리 트레이드가 새로이 등장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우성 기자 morg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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