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자동차 분기별 경영실적 추이
2분기 영업이익 370억…1년만에 흑자 전환
낮은 생산성·브랜드 인지도가 발목 잡아
낮은 생산성·브랜드 인지도가 발목 잡아
영업수지 기준으로 4분기 연속 적자 수렁에서 헤매던 기아자동차가 1년 3개월 만에 흑자로 전환했다. 그러나 단기적인 실적 개선만으로 부진의 늪에서 완전히 빠져나왔다고 보기는 어렵다. 2분기 영업 흑자에도 상반기 전체로는 367억원의 적자를 기록하는 등 불안 요인이 여전하다.
기아차는 27일 서울 여의도 증권선물거래소에서 기업설명회를 열어 상반기 경영실적을 발표했다. 기아차는 올 2분기에 370억원의 영업이익을 내, 지난해 2분기 이후 연속 적자행진에서 일단 탈출했다. 매출액도 4조1364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3%, 전분기에 견줘서도 7.4% 늘었다.
기아차는 1분기에 고전한 이유로 △생산라인 조정에 따른 가동률 하락 △판매대수 감소 △환율하락 등을 들었으나, 2분기에 생산라인이 안정화되면서 판매가 늘어나고 원가도 절감한 덕분에 연속 적자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분기 실적이 좀 나아졌다고해서 기아차의 미래를 낙관하기는 아직 이르다는 것이 시장의 대체적인 평가다. 막대한 투자비가 들어간 유럽공장이나 중국공장 등 국외 사업장을 정상 궤도에 올려놓는 일에서부터 브랜드력 향상, 현대차와 제품 차별화 등 풀어야 할 숙제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영업이익도 상반기 전체로는 아직 마이너스다. 상반기 매출액도 7조9870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9.7% 뒷걸음질쳤다. 조남홍 기아차 사장은 “환율과 국내·외의 치열한 경쟁으로 상반기 영업손실을 냈다”며 “하반기에는 수익성에 주력해 올해 반드시 흑자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기아차가 넘어야 할 장애물들은 여럿 있다. 무엇보다 생산성 향상이 시급하다. 기아차가 국내에서 차 한대 만드는 데 소요되는 시간은 37시간으로 현대차 30시간, 도요타 22시간에 비해 한참 못미친다. 공장 가동률도 아직 70%대에 머물고 있다. 안수웅 우리투자증권 연구위원은 “기아차가 원가와 비용 절감에 힘입어 일단 흑자로 전환했으나, 하반기에 꾸준히 흑자를 낼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며 “의미 있는 이익을 낼려면 국내 생산성을 향상시키고 내수 판매의 효율성을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국외 시장에서 제품 경쟁력을 끌어올려야 하는 과제도 안고 있다. 기아차는 수출 시장에서 현대차보다도 품질에 견줘 제값을 못받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달 초 시장조사 전문업체인 미국 제이디(JD)파워의 품질 조사에서 기아차는 12단계나 뛰어오른 11위를 차지했으나 상품성 조사에서는 평균 이하의 평가를 받았다. 품질은 인정받으면서도 소비 시장에서 제대로 된 대접을 못받고 있다는 얘기다. 조 사장은 “판매가격에 품질력이 제대로 반영되려면 5~6년 정도 기다려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곧 휘몰아칠 세계 자동차시장의 지각변동에서 살아남으려면 차별화된 새차 개발 능력을 키우고 노사간 대립적인 관계를 청산하는 일도 급하다고 지적한다.
홍대선 기자 hongd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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