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냉키
“서브프라임 영향 제한적일 것”
“버냉키가 틀렸다.”
2006년 2월 취임 이후 전임자인 앨런 그린스펀만큼 ‘카리스마’를 보이지는 못했지만 차츰 권위를 쌓아가던 벤 버냉키(사진)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FRB) 의장이 호된 비판에 직면했다. 올해 초부터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 여파가 “제한적일 것”이라고 지나친 낙관론을 펴온 게 화근이다.
<블룸버그> 통신은 12일 “서브프라임 모기지와 관련한 버냉키 의장의 진단이 결국 잘못된 것으로 드러났다”며 책임론을 제기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문제가 주택 부문을 넘어 다른 영역으로까지는 확산되지 않을 것이라던 버냉키 의장의 진단과 달리, 미국은 물론 세계 금융시장이 대혼란에 빠졌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 3월 하원에 나와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은 “억제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20일에는 “일부에서는 손실 규모가 500억~1천억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한다”며 이전보다는 조금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지만, 여전히 “이 문제가 미국 경제 전반에 주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견해를 고수했다.
시장분석 기관인 글로벌인사이트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나리만 베라베시는 “서브프라임 혼란은 이제 은행들에까지 번지고 있다”며 버냉키 의장의 낙관론을 문제삼았다. 마찬가지로 낙관적 견해를 보였던 헨리 폴슨 미국 재무장관도 비난의 화살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일각에서는 ‘부시 원죄론’까지 나오고 있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지프 스티글리츠 컬럼비아대 교수는 부시 행정부와 그린스펀 전 연준 의장의 저금리를 통한 경기 부양책이 이번 사태의 근본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부시 대통령 재임 기간) 미국 경제는 성장했지만, 이는 가계 빚을 늘리는 방법으로 이뤄진 것”이라며 “(이런 구조 때문에) 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지지 않을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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