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여세 탈루 사례
국세청, 가족간 부동산 거래 점검 나서…사안별로 증여세·양도세·과징금 부과
ㄱ씨는 시가 6억원인 상가(취득가액 3억원)를 3억원에 아들한테 ‘매도’한 뒤, 양도차익이 하나도 없는 것으로 신고해 양도소득세를 한 푼도 내지 않았다. 하지만 ㄱ씨가 거래대금이라고 밝힌 3억원의 자금 출처가 분명한데다 시가보다 낮은 가액으로 거래한 사실이 밝혀져, ㄱ씨는 결국 양도세 1억2백만원과 증여세 1200만원을 물게 됐다.
국세청이 매매를 위장한 증여세 탈루 혐의가 있는 사람들에 대해 기획 점검에 나섰다. 국세청은 23일 배우자나 부모, 혹은 자녀나 손자·손녀 및 증손 등 직계존비속에게 부동산을 증여하면서 이를 ‘매매’로 위장한 혐의가 있는 1472명에 대해 증여세 탈루 여부를 집중 점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점검 대상은 직계존비속에게 부동산을 실제로는 무상이전하고도 이를 매매한 것으로 등기이전하거나, 거래가격을 시가보다 지나치게 낮거나 높은 가격으로 양도한 사람들이다.
국세청은 혐의가 있는 사람들한테 우선 매매대금을 증빙하는 자료를 제출하도록 한 뒤, 제출 자료가 부실하거나 보다 정밀한 확인이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사람들을 상대로 대가없이 증여한 사실 여부를 집중적으로 살펴볼 방침이다. 국세청은 점검 결과 무상거래 사실이 드러나면 부동산을 넘겨준 사람에게 증여세를 부과하고, 시가보다 현저하게 낮거나 높은 가격에 매매가 이뤄진 경우엔 시가와 매매가의 차액에 대해 증여세 또는 양도소득세를 물리기로 했다. 또 부동산을 고의로 타인 앞으로 명의신탁한 게 드러나면 관할 시·군·구에 그 사실을 통보하고 부동산가액의 30%에 해당하는 범위 안에서 과징금을 물릴 방침이다.
다만, 국세청은 배우자나 직계존비속과 부동산 ‘매매’ 거래를 했다 하더라도 법원 경매나 국세징수법의 의한 공매, 또는 파산 선고에 의한 처분 등의 경우엔 이를 증여로 보지 않는다고 밝혔다. 또 등기·등록을 요하는 재산을 서로 맞바꾼 경우나, 상속·증여재산 가액으로 그 대가를 지급한 사실이 입증되는 경우에도 매매를 위장한 변칙 증여 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 이밖에 대가를 받고 거래한 사실이 증빙 자료에 의해 분명하게 입증될 때도 점검 대상에서 제외된다. 정식으로 대가가 오간 사실을 증명하기 위해선 금융기관을 통해 계좌이체한 통장 사본이나 무통장 입급증, 혹은 대출계약서 등을 제출해야 한다.
신웅식 국세청 부동산납세국 재산세과장은 “양도세나 종합부동산세 등의 중과세를 피하게 위해 일부 다주택자들이 부동산을 자녀 등에게 무상으로 이전하고도 이를 매매로 위장해 증여세를 탈루하는 지능적 범죄 행위가 늘고 있다”며 “앞으로도 매매를 위장한 변칙 증여 행위 여부에 대해 꾸준히 검증을 벌여 관련 세금을 엄정하게 추징하겠다”고 말했다.
최우성 기자 morg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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