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300억 급조…이자만 연100억
주식 평가액 총자산의 40.2%
삼성그룹 지배구조 일단 유지 삼성의 지주회사격인 삼성에버랜드가 금융지주회사 요건에 해당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부채 늘리기’라는 비상수단을 동원한 것으로 1일 확인됐다. 에버랜드는 그동안 삼성생명과 올앳 등 지분법 적용을 받는 금융자회사의 주식 평가액이 지난해말 기준으로 총자산의 50%를 넘어 공정거래법 등에 의해 금융지주회사에 해당될 것이 유력시돼왔다. 그러나 지난달 31일 금융감독원에 제출된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에버랜드의 지분법 적용 투자주식 평가액은 지난해말 현재 1조6891억원으로, 총자산 3조4307억원의 49.2%를 기록했다. 에버랜드가 금융지주회사 적용을 피할 수 있었던 것은 부채를 늘려 총자산을 키웠기 때문이다. 에버랜드의 부채는 지난해말 현재 1조6089억원으로 불과 석달새 2300억원이 급증했다. 특히 거의 없던 단기차입금이 2360억원으로 늘어났다. 에버랜드는 지난해말 하나은행 등으로부터 급전을 조달했다. 삼성은 이에 따라 당장 그룹 지배구조가 무너지는 ‘재앙’은 면하게 됐다. 현행법상 금융지주회사가 되면 비금융회사의 주식을 가질 수 없고, 금융 자회사도 비금융 손자회사 주식을 보유할 수 없다. 이렇게 되면 에버랜드의 금융자회사인 삼성생명은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삼성전자 등 다른 비금융 계열사 주식을 팔아야 한다. 삼성의 소유구조는 이건희 회장의 장남인 재용씨가 에버랜드의 대주주인 것을 시작으로 해서, 에버랜드→생명→전자→여타 계열사로 이어진다. 문제는 에버랜드의 부채 늘리기 방식이 임시방편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앞으로 생명이나 전자의 주식값이 계속 오르면 에버랜드의 지분법 적용 투자주식 평가액도 덩달아 커져 금융지주회사 요건에 해당될 수밖에 없다. 에버랜드가 이를 피하려면 계속 부채를 늘려야 한다. 하지만 에버랜드는 이번에 단기차입금을 늘림으로써 추가로 부담하는 이자만 연간 100억원에 육박한다. 지난해 에버랜드가 거둔 이익의 10%다. 삼성 구조조정본부는 그동안 에버랜드 해법을 찾기 위해 궁리를 거듭했지만 결국 실패했다. 특히 지난해 에버랜드가 보유 중인 삼성생명 주식 19.3% 중에서 6%를 제일은행에 신탁하는 방식으로 ‘탈출구’를 찾았으나, 신탁은 소유권 변동으로 볼 수 없다는 공정위의 유권해석으로 ‘헛수고’에 그쳤다. 삼성은 “장기적으로 에버랜드의 투자를 늘려 총자산을 키우는 방법을 강구 중이지만, 당장은 여의치 않다”고 말했다. 삼성 구조본 재무팀으로서는 올 한해 이 문제의 해법을 놓고 계속 머리를 싸매게 됐다.
곽정수 대기업전문기자 jskwak@hani.co.kr
주식 평가액 총자산의 40.2%
삼성그룹 지배구조 일단 유지 삼성의 지주회사격인 삼성에버랜드가 금융지주회사 요건에 해당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부채 늘리기’라는 비상수단을 동원한 것으로 1일 확인됐다. 에버랜드는 그동안 삼성생명과 올앳 등 지분법 적용을 받는 금융자회사의 주식 평가액이 지난해말 기준으로 총자산의 50%를 넘어 공정거래법 등에 의해 금융지주회사에 해당될 것이 유력시돼왔다. 그러나 지난달 31일 금융감독원에 제출된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에버랜드의 지분법 적용 투자주식 평가액은 지난해말 현재 1조6891억원으로, 총자산 3조4307억원의 49.2%를 기록했다. 에버랜드가 금융지주회사 적용을 피할 수 있었던 것은 부채를 늘려 총자산을 키웠기 때문이다. 에버랜드의 부채는 지난해말 현재 1조6089억원으로 불과 석달새 2300억원이 급증했다. 특히 거의 없던 단기차입금이 2360억원으로 늘어났다. 에버랜드는 지난해말 하나은행 등으로부터 급전을 조달했다. 삼성은 이에 따라 당장 그룹 지배구조가 무너지는 ‘재앙’은 면하게 됐다. 현행법상 금융지주회사가 되면 비금융회사의 주식을 가질 수 없고, 금융 자회사도 비금융 손자회사 주식을 보유할 수 없다. 이렇게 되면 에버랜드의 금융자회사인 삼성생명은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삼성전자 등 다른 비금융 계열사 주식을 팔아야 한다. 삼성의 소유구조는 이건희 회장의 장남인 재용씨가 에버랜드의 대주주인 것을 시작으로 해서, 에버랜드→생명→전자→여타 계열사로 이어진다. 문제는 에버랜드의 부채 늘리기 방식이 임시방편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앞으로 생명이나 전자의 주식값이 계속 오르면 에버랜드의 지분법 적용 투자주식 평가액도 덩달아 커져 금융지주회사 요건에 해당될 수밖에 없다. 에버랜드가 이를 피하려면 계속 부채를 늘려야 한다. 하지만 에버랜드는 이번에 단기차입금을 늘림으로써 추가로 부담하는 이자만 연간 100억원에 육박한다. 지난해 에버랜드가 거둔 이익의 10%다. 삼성 구조조정본부는 그동안 에버랜드 해법을 찾기 위해 궁리를 거듭했지만 결국 실패했다. 특히 지난해 에버랜드가 보유 중인 삼성생명 주식 19.3% 중에서 6%를 제일은행에 신탁하는 방식으로 ‘탈출구’를 찾았으나, 신탁은 소유권 변동으로 볼 수 없다는 공정위의 유권해석으로 ‘헛수고’에 그쳤다. 삼성은 “장기적으로 에버랜드의 투자를 늘려 총자산을 키우는 방법을 강구 중이지만, 당장은 여의치 않다”고 말했다. 삼성 구조본 재무팀으로서는 올 한해 이 문제의 해법을 놓고 계속 머리를 싸매게 됐다.
곽정수 대기업전문기자 jskw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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