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모기지 연체율과 금리 추이
시장 기대감 확산 불구 모기지 연체 해소 등에 한계
부실 대출자 문제도 부상…“정부 직접 개입” 주장도
부실 대출자 문제도 부상…“정부 직접 개입” 주장도
‘신용경색증’엔 금리 인하가 특효약?
미국발 신용경색(서브프라임 충격)으로 불안에 떨었던 국제 금융시장이 점차 진정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다음달 18일 열릴 미국 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FRB)가 현재 5.25%인 정책금리를 내릴 것이라는 기대가 빠르게 퍼지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에선 연준의 금리 인하 카드가 이번에도 금융시장을 안정시킬 ‘해결사’ 노릇을 해주기를 바라고 있다. 하지만 금리 인하가 현재의 위기를 치료하는 특효약이 아니며 위기를 일시적으로 잊게 만드는 ‘마취제’일 뿐이라는 경고도 만만찮다.
■ 주택담보대출 부실 해소, 시간 걸려= 7월 중순 이후 약 한 달 동안 꽉 막혔던 금융시장의 돈줄이 다시 풀리고 있다. 지난 23일(현지시각) 미국 국채 3개월물 금리는 하루 사이 0.32%포인트나 급등해 4.21%를 기록했다. 지난 13일 4.74%이던 3개월물 금리는 20일엔 3.12%까지 급락했다가 오름세로 돌아서 다시 4%대로 올라선 것이다. 안전 자산인 미국 국채로만 향하던 움직임이 눈에 띄게 잦아든 것이다.
엔 캐리 트레이드 자금의 청산 움직임에 따라 달러당 113엔대까지 떨어졌던 엔-달러 환율도 117엔대까지 올라섰다. 강문성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지난주 발표된 미국 주택경기 지표들이 예상보다 좋게 나온데다 금리 인하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국제 금융시장이 차츰 안정을 되찾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제 금융시장이 안정을 되찾았다고 보기엔 아직 이르다는 평가가 많다. 특히 시장이 ‘구원투수’로 여기는 연준의 금리 인하 효과에 대해 섣부른 기대를 말아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리 인하의 ‘약발’이 제대로 먹히자면 연준의 정책금리 인하가 주택담보대출(모기지) 연체율을 낮추는 결과를 가져와야 하는데, 그러기엔 상당한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조익재 씨제이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연준이 금리를 내리면 모기지 금리가 하락할 수 있겠지만, 당장의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며 “과거 데이터를 보면 모기지 금리가 하락한 지 1년 뒤에야 연체율이 줄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정책금리가 내릴 것이라는 기대에도 불구하고 현재 모기지 금리가 하락하지 않고 있다는 게 큰 문제”라고 말했다.
■ “통화정책보다 재정정책 써야”=더 큰 문제는 미국 내 경제주체들의 체력이 크게 약해졌다는 점이다. 우리나라의 ‘카드 대란’ 때도 그랬듯이, 미국의 경제주체들도 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을 걷어내는 데 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김필규 증권연구원 연구원은 “카드대란 때 소비자 금융 부실화 문제는 쉽게 해결되지 않았고, 카드 대란으로 말미암은 유동성 위기 극복이 소비 회복으로 이어지기까지는 2~3년이나 걸렸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미국 내에서 금리 인하보다는 정부가 재정을 늘려 문제를 풀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부동산 경기가 급속하게 위축되면, 소비가 빠르게 얼어붙을 수 있기 때문이다. 딘 베이커 미국 경제정책연구센터 소장은 “구제해야 할 것은 부실 금융기관이 아니라 오히려 부실 대출자”라며 “정부가 금리 인하 카드를 쓰면, 거품만 더 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모기지 대출을 연체해 집을 잃게 될 사람이 170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미국 정부는 추산하고 있다.
채권시장의 황제로 불리는 빌 그로스 역시 24일 투자자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연방 정부가 부실 모기지 채권 정리 기구를 만들어 직접 개입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대출을 연체해 집을 잃게 될 대출자들에겐 대출 조건을 변경해 당분간 현 주택에서 머물게 해주고, 대신 과거 저축대부조합 파산 위기 때처럼 정리신탁회사가 나서 부실채권 정리 작업을 맡아야 한다는 얘기다. 여기에 더해 과거 위기 때와 달리, 물가 상승 압력이 여전한 것도 금리 인하의 효과를 떨어뜨릴 수 있다. 당장 눈앞의 급한 불을 끄기 위해 금리를 내리더라도, 물가 상승 압력이 더 커지면 머지않아 또다시 금리를 올려야 하는 상황을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27일 “시장의 안정을 즐기라, 단 오래 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금리 인하 기대에 따른 금융시장의 안정이 일시적일 수 있음을 경고한 것이다. 최우성 양선아 윤은숙 기자 morgen@hani.co.kr
근원물가 상승률
채권시장의 황제로 불리는 빌 그로스 역시 24일 투자자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연방 정부가 부실 모기지 채권 정리 기구를 만들어 직접 개입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대출을 연체해 집을 잃게 될 대출자들에겐 대출 조건을 변경해 당분간 현 주택에서 머물게 해주고, 대신 과거 저축대부조합 파산 위기 때처럼 정리신탁회사가 나서 부실채권 정리 작업을 맡아야 한다는 얘기다. 여기에 더해 과거 위기 때와 달리, 물가 상승 압력이 여전한 것도 금리 인하의 효과를 떨어뜨릴 수 있다. 당장 눈앞의 급한 불을 끄기 위해 금리를 내리더라도, 물가 상승 압력이 더 커지면 머지않아 또다시 금리를 올려야 하는 상황을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27일 “시장의 안정을 즐기라, 단 오래 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금리 인하 기대에 따른 금융시장의 안정이 일시적일 수 있음을 경고한 것이다. 최우성 양선아 윤은숙 기자 morg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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