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브프라임 사태’ 여파로 위험 커져…유럽은행 기준금리 동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서브프라임 사태’ 여파로 미국 경기가 심각한 둔화를 겪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이 불거진 뒤 유력한 기관이 내놓은 전망 가운데 가장 어두운 것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는 5일(현지시각) 낸 중기 보고서에서 “금융시장의 전반적 여건이라는 맥락에서 볼 때 경기 하강 위험이 더욱 심각해졌다”며, 미국을 비롯한 선진 경제권 7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국내총생산 증가율) 전망치를 5월 전망 때보다 0.1%포인트 내린 2.2%로 제시했다. 보고서는 전망치의 추가 인하 가능성도 내비쳤다.
특히 장필리프 코티스 경제협력개발기구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기자회견에서 “미국 경제가 심각하게 둔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고 <비비시>가 보도했다. 그는 보고서에서 미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1%에서 1.9%로 내렸다.
그러나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FRB)는 경제협력개발기구와는 조금 다른 진단을 내놨다. 연준은 이날 낸 ‘베이지북’에서 “부동산시장 말고는 경제활동에 영향을 끼치는 금융시장의 혼란은 제한적”이라고 밝혔다. 이 보고서는 “주택 부문에서 신용경색이 있지만, 소비자와 기업을 둘러싼 전반적 신용 상황과 대출 조건은 양호하다”고 진단했다.
연준이 비교적 낙관적인 진단을 내놓자, 뉴욕 증시가 1% 안팎 하락하는 역설적 현상도 일어났다. 연준의 낙관론은 오는 18일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가 인하되지 않을 것이라는 해석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유로화를 쓰는 13개국의 통화정책을 결정하는 유럽중앙은행과 영국 중앙은행인 잉글랜드은행은 6일 각각 4.0%, 5.75%인 기준금리를 동결하기로 했다. 지난달까지는 금리 인상 전망이 많았지만, 신용경색이 이어지면서 인하 쪽으로 방향이 바뀌었다. 서브프라임 사태 뒤 네 번 비상 통화 공급에 나선 유럽중앙은행은 이날 422억유로(약 54조원)를 추가로 투입했다. 비상 통화 공급을 자제하던 잉글랜드은행도 은행간 초단기 금리가 내려가지 않으면 다음주에 44억파운드(약 8조3476억원)를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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