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 메이크피스 FTSE 그룹 회장
분리결제 등 3개부문 ‘과락’…2009년 가능할 듯
“투자자금 신흥시장 몰려 현상태가 유리” 견해도
“투자자금 신흥시장 몰려 현상태가 유리” 견해도
세번째 실패다. 한국 증시는 올해 파이낸셜타임스 스톡 익스체인지(FTSE·풋시) 선진국 지수에 편입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에 다소 부풀어 있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20일 한국을 방문한 마크 메이크피스 풋시그룹 회장(사진)은 국내 증시 관계자들의 이런 바람에 또다시 ‘찬물’을 끼얹었다. 이날 증권선물거래소 서울사옥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그는 “한국과 대만 주식시장은 기존의 준선진국 시장 지위를 유지하는 반면, 이스라엘은 내년 6월부터 준선진국 시장에서 선진국 시장으로 승격된다”고 밝혔다.
2009년엔 편입 가능성 높아=한국 증시는 2004년 9월 선진국시장 편입을 위한 공식 관찰대상국으로 지정된 이후 2005년부터 올해까지 매년 선진국시장 지수 편입 대상 심사에서 고배를 마셨다. 이례적으로 한국 증시가 3년 연속 선진국 지수 진입을 못한 이유에 대해 풋시 쪽은 외환거래 등 제도적 미비점을 들었다. 메이크피스 회장은 “제도개선 항목 중 한국은 공매도 부문에서는 ‘충족’ 평가를 받았지만, 분리결제와 장외거래, 외환자유화 등 세 항목에서 ‘제한적 충족’ 평가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하지만 한국 시장이 분리결제·장외거래와 관련해 현재 진행하고 있는 제도 개선이 계획대로 실행된다면, 제한적 항목은 외환거래 항목만 남게 된다”며 “외환거래 문제가 향후 12개월 동안 개선된다면, 2009년에는 선진국 지수에 편입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3년 연속 선진국 지수 편입이 좌절된 대만은 외환거래와 대차시장, 분리결제, 장외거래 등 네 항목에서 ‘제한적 충족’ 판정을 받았다. 반면 이번에 선진국 시장에 편입하는 이스라엘은 모든 항목을 ‘충족’시켰다고 풋시 쪽은 전했다.
“증시 영향은 미미”=공식적으로 제도적 미비 때문이라지만, 증시 전문가들은 한국 증시가 선진국 지수에 들어가지 못한 진짜 이유는 따로 있다고 분석했다. 준선진국 시장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워낙 높다는 것이다.
이번 결정이 향후 국내 주가에 미치는 영향도 미미할 것으로 전망됐다. 실제로 이날 코스피지수는 풋시 선진국 지수 실패에도 불구하고 전날보다 0.33% 오른 1908.97로 마감했다.
황금단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준선진국 시장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29.4%에 이르는데, 한국이 빠졌을 경우 현실적으로 지수 운용이 어렵게 된다”며 “반면 이스라엘은 준선진국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2%에 불과해 그 영향이 미미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최근 서브프라임 모기지 여파로 선진국 증시가 불안한 가운데 신흥시장으로 세계 투자자금이 들어오는 상황에서는 오히려 현 상태에 머물러 있는 게 나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2009년엔 과연 선진국 지수에 들어갈 수 있을까?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현재 신흥시장에서 브릭스 국가들의 증시가 쑥쑥 성장하고 있기 때문에 한국 증시의 공백을 충분히 메울 수 있다는 점에서 가능성이 훨씬 높다고 입을 모았다. 양선아 기자 anmad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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