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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달러 추락에 유가 급등 “뇌관 건드렸다”

등록 2007-09-21 19:24

원-달러 환율 추이
원-달러 환율 추이
풀린 돈줄, 세계경제에 더 큰 혼란 줄 가능성
방향 잃은 투기자금, 아시아 거품 부추길 수도
증시안정세 속 비관론 고개…미 선행지수 급락
지난 18일(현지시각)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FRB)가 연방기금 기준금리를 0.5%포인트 내린 이후, 세계 주식 시장이 안정세를 찾아가고 있다. 신용경색 위기까지 내몰렸던 채권시장에서도 막혔던 돈줄이 서서히 풀리고 있다. 하지만 미국의 금리 인하가 ‘달러화 약세’라는 뇌관을 터뜨리는 바람에 세계 경제가 더 큰 혼란에 빠질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

달러화가 ‘서브프라임 통화’ 됐다?=국제 외환시장에서 미국 달러화 가치가 곤두박질치고 있다. 20일 달러화는 1유로당 1.4068달러(1달러=0.7108 유로)에 거래를 마쳐, 1999년 유로화 도입 이후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달러화는 이웃 나라인 캐나다달러에도 약세를 보여 이날 달러당 0.9996캐나다달러에 거래됐다. 1976년 이후 31년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21일 서울 외환시장에서도 원-달러 환율이 전날보다 2원 떨어진 921.1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달러화가 약세를 보이자 방향을 잃은 투기자금이 몰리면서 국제 유가가 치솟고 있다. 20일 뉴욕 상업거래소에서 10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 중질유(WTI)는 전날보다 1.39달러(1.7%) 오른 배럴당 83.32달러를 기록했다. 종가 기준으로 4일 내리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운 것이다. 박복영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중동팀장은 “원유 결제 자금이 대부분 달러화인 탓에, 달러 약세를 예상한 산유국들이 당분간 고유가를 밀어붙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20일치에서 “미국의 금리 인하가 달러 약세를 더욱 부추겨 유가와 아시아 국가들의 거품을 키울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마치 98년의 롱텀매니지먼트캐피털(LTMC) 위기 때 연준이 금리를 내리자 자금이 기술주로 빠르게 몰려가면서 ‘닷컴 거품’의 싹을 키운 것과 같은 이치다. 오석태 씨티은행 경제분석팀장은 “달러 약세 기조가 확실하게 자리잡으면 아시아 국가들의 단기 차입이 다시 늘어나 이들 나라의 유동성에 부담이 될 수 있다”며 “심하게 표현하자면 미국 경제를 살리기 위해 다른 나라들이 거품을 수입하는 꼴”이라고 말했다.

〈블룸버그 통신〉의 경제분석가 앤디 무커지는 이날 “아시아 국가들 가운데 그 어느 곳도 사실은 미국의 금리 인하를 반기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앞서 지난 18일 연준이 금리를 내린 직후, 투자분석가 가운데 대표적 ‘비관론자’인 마크 파버는 〈블룸버그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달러화는 이제 서브프라임(비우량) 통화가 됐다”고 꼬집었다.

금리 인하 효과 바로 사라질 수도=금리 인하에도 불구하고 미국 경제를 바라보는 시각은 갈수록 어두워지고 있다. 벤 버냉키 연준 의장은 20일 하원 금융위원회 청문회에 나와 “더 많은 주택 소유자들이 모기지 상환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며 “최악의 모기지 상황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밝혔다. 앨런 그린스펀 전 연준 의정도 20일 “주택 가격이 더 떨어지고 있는 게 분명하다”며 “미국 경제가 침체될 가능성이 여전하다”고 우려했다.

20일 미국의 민간 경제연구소인 컨퍼런스보드는 미국의 8월 경기선행지수가 전달보다 0.6% 떨어졌다고 발표했다. 경기선행지수는 6개월 뒤의 경기 상황을 가늠해볼 수 있는 지표로, 8월 지수의 하락 폭은 지난 6개월 사이 가장 큰 것이다. 장보형 하나금융연구소 책임연구원은 “달러화의 추가 약세를 예상한 아시아 국가들이 미국 국채에서 눈을 더 돌리게 되면 미국의 시장금리가 높아져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의 효과가 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최우성 이정애 기자 morg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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