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요거래 반드시 사전승인…자회사간 교차출자 전무
“국내 재계 완화주장은 재벌 총수일가 경영권 방어용”
“국내 재계 완화주장은 재벌 총수일가 경영권 방어용”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종종 미국에는 없으나 우리나라에만 존재하는 규제의 대표적인 사례로 비은행 금융회사에 대한 ‘금산 분리 규제’를 들어왔다. 미국은 은행업에 대해서만 금산 분리 원칙을 적용하고 있는데, 왜 한국은 보험사 등 비은행 금융회사에 대해서까지 규제의 칼을 들이대는가 하는 것이다.
경제개혁연대가 1일 ‘금산 분리 리포트’ 2호에서, 재벌의 금융 지배를 허용하는 것을 뼈대로 하는 보험 지주회사제도 도입 주장의 문제점을 비판하고 나섰다.
그동안 재계와 정치권 일각에서는 국내 은행법상 비금융 주력자(산업자본)의 은행 주식 소유를 규제하는 것에 대해 완화 또는 폐지하는 것은 물론, 보험업법 개정을 통해 금산 분리 규제를 크게 완화한 ‘보험 지주회사’의 도입을 주장해왔다. 또 이런 주장을 할 때마다 워렌 버핏이 이끄는 ‘버크셔 해서웨이’와 제너럴 일렉트릭(GE)의 ‘지이캐피탈’을 대표적인 해외 사례들로 제시했다.
버크셔 해서웨이와 지이캐피탈 산하에 다양한 사업 영역의 금융 자회사와 비금융 자회사들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또 미국은 은행업과 달리, 보험업에 대해서는 사전적·직접적 금지 방식으로 규제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경제개혁연대는 금산 분리 리포트에서 “미국의 보험 지주회사법은 중요 거래에 대해 엄격한 공시 의무를 부과함과 동시에 건별로 보험감독관한테 사전 보고 내지 사전 승인 절차를 거치도록 하는 엄격한 자산 운용 규제를 통해 금산 분리 원칙을 지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버크셔 해서웨이와 지이의 지주회사는 각각 70~200여개씩의 자회사 지분을 100% 직접 보유하고 있으며, 특히 금융 자회사와 비금융 자회사 사이에 교차출자는 전혀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금융과 비금융 계열사간 교차출자를 통해 총수 일가의 지배권을 유지하고 있는 국내 재벌의 출자구조와는 뚜렷한 차이가 있는 것이다. 국내와 달리 자산 운용과 출자 구조에서 엄격한 금산 분리가 이뤄지고 있다는 얘기다.
결과적으로 미국 보험업에는 금산 분리 원칙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주장은, 미국 은행법과 보험법의 금산 분리 원칙에 대한 접근 방식의 차이를 이해하지 못했거나 의도적으로 왜곡한 것이라고 경제개혁연대는 지적했다.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한성대 교수)은 “소유 규제만이 금산 분리 원칙의 전부인 것처럼 주장하는 것은 결국 재벌 총수 일가의 경영권 방어와 승계를 위해 금융회사 고객의 돈을 동원하는 것을 허용하자는 얘기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홍대선 기자 hongd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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