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단체들, 대선 경제정책 제안 특징
출총제·상한제 폐지 등 ‘이기적’ 정책건의 봇물
균형 배려없어…각종대책 차기정부 백지화 우려
균형 배려없어…각종대책 차기정부 백지화 우려
주요 경제단체들이 대통령 선거를 두 달 앞두고 경제정책과 관련한 각종 요구를 쏟아내고 있다. 대선 주자에게 정책 건의 형식으로 전달될 이들 요구의 내용을 뜯어보면, 대기업 중심의 기득권을 보호·강화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경제단체들이 기본적으로 이익집단이라는 점을 인정하더라도, 국민경제 전체의 균형 발전에 대한 배려가 부족함 점은 아쉬운 대목이다.
■ “성장 우선” “규제 풀어라”=경제단체들이 이번 대선에서 최우선시 하는 가치는 ‘성장’이다. 이들은 그동안 참여정부의 ‘동반 성장론’에 매우 비판적이었다. 대선을 앞두고 차기 정부의 경제정책 방향이 성장 쪽에 중심이 두어지도록 미리 못박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18일 대선 주자들에게 제시한 ‘경영계 대선 공약 정책 건의서’를 보면, 출자총액제한제 폐지부터 법인세율 인하에 이르기까지 대기업들의 이해관계를 대변하는 내용들이 많다. 김영배 경총 상근부회장은 “출총제 폐지의 경우 해당 기업이 23곳밖에 안된다고 하지만, 전체적으로 기업들의 투자 분위기를 만들기 위한 선언적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밝혔다. 류기정 경총 본부장은 “비정규직 문제를 해소하려면 일자리를 많이 창출해야 하는데, 차기 정부가 성장에 정책 비중을 두고 이 문제를 풀어갔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앞서 대한상공회의소가 지난 7월 대선 주자들에게 전달한 정책 건의 내용도 경총의 건의서와 기본 관점에서 크게 다르지 않다. 대한상의는 10대 부문에서 33개 과제를 제시한 뒤, “성장 중시 경제 발전을 차기 정부의 핵심 전략으로 추진해 줄 것”을 요청했다. 또 구체적인 방법으로 출총제 폐지와 수도권 규제 폐지 등을 제시했다.
전경련은 오는 24일 ‘미래 한국 비전’을 내놓을 예정인데, 역시 규제 완화와 폐지가 주된 내용이 될 것으로 전해진다. 전경련은 그동안 “현 정부에서 8천여개 규제를 5천여개 정도로 줄이는 성과를 거뒀지만, 출총제 등이 없어지지 않았다”며 불만을 나타내왔다. 전경련이 지난 17일 산하 연구기관인 한국경제연구원을 통해 폐지를 주장한 정부 규제는 무려 500건을 넘는데, 핵심 내용은 개발제한구역 폐지, 토지거래 허가제도 폐지, 분양가 상한제 폐지, 분양원가 공개 폐지, 은행의 비금융회사 출자 제한 완화, 법인세 인하 등이다.
■ “재벌 체제 강화하자는 것이냐”=만약 차기 정부에서 경제단체들의 이런 주장이 관철될 경우, 지금의 주요 경제 정책들은 전면 수정이 불가피해진다. 집값 안정이나 국토 균형 개발, 재벌 구조 개혁 등을 위해 진통 끝에 어렵게 도입된 제도들이 백지화되는 것이다.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한성대 교수)은 “경제단체들의 경제정책 요구들을 보면 특정 경제, 특히 재벌 경제를 위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며 “소수 재벌의 이익을 국가 경제 전체의 이익인 것처럼 포장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또 경제단체들도 성장과 분배의 선순환 구조와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기원 방송대 교수(경제학)는 “성장을 하지 말자는 게 아니라 성장 방식이 재벌 체제를 유지 또는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이 문제”라며 “여기에 시장 만능주의까지 결합하게 되면 국민경제를 망치게 될 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홍대선 기자 hongds@hani.co.kr
‘성장’만 관심있고 ‘분배’는 관심없나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