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개 대형 대부업체 수익현황(왼쪽)과 저축은행 소액신용대출 추이
금감위원장 권유에도 ‘미적미적’
CEO만 원하거나 아예 관심 없거나
저축은행조차 “인센티브 주면…”꺼려
CEO만 원하거나 아예 관심 없거나
저축은행조차 “인센티브 주면…”꺼려
‘서민 소액 신용대출, 안하나 못하나?’
금융감독 당국이 지난해부터 저축은행과 은행에 소액 신용대출 시장에 진출할 것을 권유하고 있지만, 은행권은 여전히 소극적이다. 급기야 지난 17일에는 금융감독당국 수장인 김용덕 금융감독위원장이 이례적으로 은행들의 서민금융 시장 진출을 공개적으로 촉구하기까지 했다. 은행과 저축은행들은 왜 이렇게 머뭇거릴까?
시중은행들은 대부분 소액 신용대출 사업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진척은 지지부진한 편이다. 이에 대한 평가는 서로 엇갈린다. 국민은행의 한 간부는 “윗선에선 대부분 소액 신용대출 시장 진출을 바라고 있으나 실무자들이 평판 리스크 등을 이유로 들며 거부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강정원 국민은행장은 최근 은행 이사들에서 “국민은행이 서민금융 부문이 잘 안되고 있는데 그쪽으로 스펙트럼을 넓히는 게 어떻겠냐”고 말했다고 한다. 그는 정부 쪽에도 “소액 신용대출 시장에 진출하고 싶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시중은행의 전략 담당자들의 얘기는 다르다. ㅅ은행의 한 전략팀장은 “윗선에서 소액 신용대출 시장 진출에 대해 한번 알아보라는 정도로만 지시가 내려왔다”며 “은행 내부적으로 의사 결정이 안 돼 실무자 선에서 본격적으로 추진하기 힘들다”고 토로했다.
일부 은행에선 현 정부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았으니 대충 하는 듯한 모양새만 갖추려는 움직임도 관측된다. 결국 최고 경영진들의 의사 결정이 관건인 셈이다.
서민금융이 본업인 저축은행도 소액 신용대출 시장에 나서기를 꺼린다. 정부가 ‘인센티브’를 더 줘야 한다는 논리를 편다. 김석원 상호저축중앙회장은 지난 15일 기자간담회에서 소액 신용대출 시장 진출에 소극적이라는 지적에 대해 “저축은행이 적극적으로 나서게 만들려면 지점 설치 규제 완화와 같은 인센티브가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금융감독위원회 간부는 “소액 신용대출을 많이 한다고 리스크 규제를 완화할 경우 2002년 저축은행 부실 사태 같은 일을 다시 겪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오히려 “대부업체들이 높은 수익을 올리는 것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대형 대부업체들은 소액 신용대출을 통해 큰 수익을 올리고 있다. 소액 신용대출이 밑지는 사업이 아니라는 게 감독당국의 논리다. 반면 저축은행의 한 간부는 “대형 대부업체는 채권관리 인원만 200~300명으로 이들이 리스크 관리를 하는데, 이게 가능한 이유가 바로 대부업체들이 전국적으로 지점을 낼 수 있기 때문”이라고 반박했다.
전문가들은 △저축은행에게 여신전문 출장소 설치를 허용해 서민들의 접근성을 높이고 △고객 신용정보 공유 등 저축은행의 신용평가 기능을 강화하는 방안을 제시한다. 이건호 한국개발연구원(KDI) 교수는 25일 저축은행장 세미나에서 “저축은행은 시중은행과 직접 경쟁보다 사채·대금업·할부금융의 고객군을 흡수해야 한다”며 전통적인 서민금융 영역에서 역할 강화로 위기를 돌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혁준 기자 june@hani.co.kr
전문가들은 △저축은행에게 여신전문 출장소 설치를 허용해 서민들의 접근성을 높이고 △고객 신용정보 공유 등 저축은행의 신용평가 기능을 강화하는 방안을 제시한다. 이건호 한국개발연구원(KDI) 교수는 25일 저축은행장 세미나에서 “저축은행은 시중은행과 직접 경쟁보다 사채·대금업·할부금융의 고객군을 흡수해야 한다”며 전통적인 서민금융 영역에서 역할 강화로 위기를 돌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혁준 기자 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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