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년연장 관련 정부 및 정치권 움직임
‘고령화’ 대비 정치권 도입추진에 경총·상의 “인기 영합책” 반발
최근 정부와 정치권을 중심으로 ‘정년 연장’ 논의가 활발해지자 경제단체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후보는 ‘2020년 70살 정년’을 대선 공약으로 제시했으며, 배일도 한나라당 의원은 정년을 국민연금 수급 연령과 연동시키는 것을 뼈대로 한 ‘고령자고용촉진법 개정안’을 국회에 냈다. 특히 정부가 오는 2010년부터 정년을 의무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혀 논란은 더 뜨거워질 전망이다.
여·야를 망라한 정치권에서 정년 연장과 관련한 정책들이 쏟아지자 경제단체들은 다급해진 모습이다. 지난 13일 대한상공회의소가 정년 연장에 반대하는 입장을 발표한 데 이어 14일엔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이사회를 열어 최근 움직임을 “일부 정치인들의 무책임한 인기영합적 행위”로 규정했다. 경총은 정부와 정치권의 정년 연장 정책을 ‘포퓰리즘’이라거나 ‘노동시장을 초토화시킬 것’이라는 표현을 써가며 어느때보다 강한 어조로 비판을 가했다.
연공서열형 임금 체계로 기업들이 장기 고용을 기피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년을 늘리면 기업에게 막대한 비용 부담을 줄 뿐 아니라 고용 의지마저 꺾게 된다는 것이 경제단체들이 내세우는 반대 이유다. 이들은 청년 실업과 정년 연장을 연계시켜, 반대 논리를 확산시켜 나가고 있다. 임영태 경총 사회정책팀 전문위원은 “정년 연장에 따른 기업의 막대한 비용부담은 신규채용 억제로 이어질 것”이라고 했으며, 김기태 대한상의 노사인력팀장도 “정년 연장과 의무화는 비정규직을 양산시키고 청년실업난을 가중시킬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와 정치권 일각에서는 저출산·고령화 추세에 대응해 정년 연장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기업들은 정년을 법으로 강제하는 것에 대해 강한 거부감을 보이고 있지만, 선진국에선 이미 법률로 정한 정년을 다시 연장하는 추세다. 이웃 나라 일본이 가장 적극적이다. 전후 베이붐 때 태어난 ‘단카이세대’의 퇴직과 신규 노동력 감소 등이 겹친 일본은 2013년까지 현행 60살 정년을 65살로 늘릴 방침이다. 영국은 2010년부터 65살에서 68살로, 독일도 65살에서 67살로 정년을 연장할 계획이다. 미국은 2027년까지 정년을 67살로 올리기로 했다.
반면, 우리나라는 현행 ‘고령자고용촉진법령’에 사업주가 정년을 정한 경우 60살 이상 되도록 노력한다는 권고 조항이 있을 뿐이다. 지난해 국내 기업의 평균 정년은 56.9살이었다.
전문가들은 합리적인 한국형 모델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에 머리를 맞대야 한다고 지적한다. 2003년 이후 조기 퇴직·고령화 대책의 하나로 일정 연령 이후 임금은 단계적으로 삭감하되 정년까지 근무하게 하는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지만, 문제는 이것이 만병통치약이 아니라는 점이다. 김정한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임금피크제는 직무급이나 성과급 체계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도입된 과도기적 제도”라며 “성과와 업적에 상관없이 오래 있을수록 많이 받는 연공급 임금체계를 바꿔 정년 연장에 따른 부담을 덜어주는 방안을 함께 제시하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말했다.
홍대선 기자 hongds@hani.co.kr
임금피크제 도입 기업 현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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