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부동산 광산에 집중...다국적 기업 행보 방불
중국 기업들이 최근 국내외에서 활발한 인수합병을 통해 덩치를 키워가고 있다. 중국은 물론, 유럽과 오스트레일리아, 아프리카에서 ‘사냥감’이 나타나면 득달같이 달려들어 막대한 자금을 쏟아붓는다. 중국 대기업의 다국적기업화가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올 정도다.
홍콩과 마카오를 포함해 중국 기업들의 올해 국내기업 인수 규모는 500억달러를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보다 53%나 늘어난 수치다. 국외기업 인수 규모도 164억달러에 이르러 지난해보다 2배 가까이 불어났다. 대부분 지분을 일부 인수하는 수준이지만, 중국 기업들이 국외시장 개척에 열을 올리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런 통계를 낸 미국 컨설팅회사 프라이스워터하우스는 중국 기업들이 인수합병을 통해 규모 확장과 시장 확대라는 두 마리 토끼를 노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 기업의 인수합병은 주로 금융, 부동산, 제조 분야에서 이뤄지고 있다. 중국의 제2대 보험사인 핑안보험은 지난달 27억달러에 벨기에와 네덜란드를 기반으로 한 금융회사 포티스의 지분 4.2%를 사들였다. 10월에는 중국 공상은행이 55억6천만달러를 들여 남아프리카공화국 스탠다드은행의 지분 20%를 인수했다. 중국 자본이 세계 자본시장의 큰손으로 등장했음을 보여준다.
특히 중국 철강기업의 국외 광산기업 인수가 눈에 띈다. 미국 시장조사기관 딜로직의 보고서를 보면, 중국 철강기업은 올해 오스트레일리아와 캐나다 등에서 11개의 광산기업을 인수했다. 지난해 8억2900만달러를 기록한 국외 광산기업 인수 규모는 올해 11억4천만달러로 증가했다. 이런 기업 사냥은 중국 정부의 에너지 확보 전략과 맞물려 가속화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중국 철강업체인 중국중강집단공사는 최근 오스트레일리아의 철광기업인 미드웨스트에 현금 10억달러의 인수가격을 제시했다. 이는 중국 철강업계가 외국 기업에 제시한 인수가격으로선 최대 규모다. 앞서 또다른 철강업체인 민메탈은 구리 생산기업인 쟝시구리와 함께 캐나다의 노던페루커퍼를 4억5000만달러에 사들이는 데 합의했다. 철강업체 바오스틸도 최근 세계 2위의 다국적 광산기업인 오스트레일리아의 리오틴토를 2000만달러에 인수할 뜻을 내비쳐 주목을 끌었다.
이에 맞서 국외 철강기업의 중국 진출도 본격화하고 있다. 룩셈부르크에 본사를 둔 세계적 철강업체 아르셀로미탈은 최근 중국 둥팡그룹의 진시철강 지분 73%를 17억달러에 인수했다. 외국 기업이 중국 철강기업을 인수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아르셀로미탈은 지난해에도 중국 철강업체인 라이우철강 지분 38%를 인수해 중국 진출에 성공했으나, 경영권을 장악하지는 못했다. 베이징/유강문 특파원 m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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