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쓰시타·캐논·히타치, 엘시디 패널 3각 ‘짝짓기’
히타치 버린 도시바, 샤프와 엘시디·반도체 제휴
히타치 버린 도시바, 샤프와 엘시디·반도체 제휴
새해를 며칠 안 남겨둔 요즘 일본 가전업계에 ‘합종연횡’ 바람이 불고 있다. 그동안 치열하게 경쟁해온 가전업체들이 내부 출혈을 줄이고 외국제품에 맞서기 위해 어제의 적과 ‘동침’마저 마다 않고 있는 것이다. 마쓰시타전기-캐논-히타치 제작소, 도시바-샤프로 재편된 진영이 엘시디(LCD) 패널과 차세대 패널인 유기이엘(EL) 분야 등에서 삼성전자-소니 진영과 맞서는 상황을 연출하고 있다.
■ 손잡은 3대 가전=마쓰시타, 캐논, 히타치 등 일본 가전 대기업 3사는 25일 엘시디 패널 분야에서 포괄적 업무제휴를 한다고 발표했다. 마쓰시타와 캐논이 히타치의 대형 엘시디 패널 제작 자회사와 중소형 엘시디 패널 자회사를 흡수하고, 히타치는 출혈 경쟁으로 적자가 쌓인 엘시디 패널 사업에서 사실상 철수한다는 것이다. 3사는 유기이엘도 공동개발하기로 했다.
후루카와 가즈오 히타치 사장은 “한 회사만으로는 이길 수 없다. 최종 제품에서 강한 마쓰시타와 캐논의 도움을 받는 쪽이 세계에서 이길 수 있다”고 강조했다. 히타치는 내년 3월 말까지 전액 출자한 중소형 엘시디 패널 제조회사인 ‘히타치 디스프레이즈’의 주식 일부를 캐논과 마쓰시타에 매각하게 된다. 캐논과 마쓰시타가 24.9%씩 출자한 뒤 최종적으로 캐논이 지분의 과반수를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캐논은 디지털카메라 등에 사용되는 중소형의 엘시디 화면을 자체 생산함으로써 안정적인 공급과 생산원가 절감을 노릴 수 있게 됐다.
히타치 산하의 텔레비전용 대형 엘시디 패널 제조회사 ‘아이피에스(IPS) 알파테크놀로지’의 경우, 마쓰시타가 도시바의 보유 지분 15%를 사들인 뒤 최종적으로 절반 이상의 지분을 확보한다는 구상이다. 피디피(PDP) 텔레비전 분야에 강점이 있는 마쓰시타는 이번 제휴를 통해 세계시장 점유율이 늘고 있는 엘시디 텔레비전 분야에 본격 진출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마쓰시타는 이바라키현이나 효고현에 3천억엔의 자금을 투입해 세계 2위의 생산규모를 자랑하는 대형 패널공장을 건설해 2009년에 가동할 방침이다.
■ 히타치 대신 샤프와 손잡은 도시바=샤프와 도시바는 지난 21일 상대가 강점을 보이는 엘시디 패널과 반도체 분야에서 업무제휴 협정을 맺었다. 히타치에 대한 출자를 거둬들이기로 한 도시바는 2010년까지 자사의 텔레비전 40%에 샤프의 엘시디 화면을 사용하기로 합의했다. 대신 샤프는 자사 텔레비전 50%에 도시바의 시스템 엘에스아이(LSI·대규모 집적회로)를 사용하기로 했다. 도시바는 샤프가 2009년 가동을 목표로 건설 중인 세계 최대 액정패널 공장에서 10세대로 불리는 첨단 액정패널을 안정적으로 공급받아 경쟁력을 키우겠다는 생각이다. 샤프로서는 거액을 투자한 새 공장의 채산성 향상을 꾀할 수 있게 됐다.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시스템 엘에스아이의 자체 생산을 줄인다는 방침이다. 샤프는 또한 지난 9월 파이오니아에 414억엔(지분 14%)을 출자해 차세대 디브이디 기기 등 네 분야에서 공동개발을 추진하기로 했다.
니시다 아쓰토시 도시바 사장은 “유기이엘의 2009년 양산 계획을 유보한다. 유기이엘보다도 훨씬 뛰어난 샤프의 액정을 차세대 대형 디스플레이로 선택했다”고 밝혔다. 2001년부터 합작회사를 설립해 업무를 제휴하고 있는 삼성전자와 소니는 현재 제8세대 엘시디 패널을 공동생산하고 있다.
도쿄/김도형 특파원 aip2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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