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국민연금의 ‘반대’ 외결권 행사 현황
지난해 90개 안건 “주주권리 훼손” 반대
다른 기관들과 차별화…부결은 못시켜
다른 기관들과 차별화…부결은 못시켜
지난해 3월16일 열린 두산과 두산중공업 주주총회의 주요 안건 중에는 횡령과 분식회계로 유죄판결을 받았던 박용성·박용만 후보를 사내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이 포함돼 있었다. 국민연금은 두 후보가 주주 권익을 침해한 전력이 있다는 이유로 반대 의견을 표명했다. 그러나 다른 기관투자가들은 모두 사내이사 선임안에 찬성표를 던졌다.
기관투자가들이 주총에서 사실상 ‘거수기’ 노릇을 하고 있는 가운데 국민연금이 지난해 주주 권리를 훼손하는 경우 등에 대해 ‘반대’ 표시를 분명히 해 긍정적 평가를 받고 있다.
7일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가 발표한 ‘2007 국민연금 의결권 행사현황 분석’ 자료를 보면, 국민연금은 지난해 1~9월 589개 상장사의 주주총회(419회)에 상정된 1857개 안건에 의결권을 행사했으며, 이 가운데 90건(4.8%)에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국민연금이 의결권 행사 때 반대 의견을 낸 비율은 2005년 2.7%, 2006년 3.8%, 2007년 4.8% 등으로 꾸준히 늘고 있다. 반대 안건을 유형별로 보면 △이사·감사 선임이 49건(55.56%)으로 가장 많았고 △정관 변경 24건(26.67%) △이사·감사 보수한도 11건(12.22%) 등의 순이다.
전문가들은 다른 자산운용사들은 의결권 행사에서 내부 지침 정도만 가지고 있지만, 국민연금은 상당히 합리적이고 투명한 절차를 갖추고 있다고 평가했다. 국민연금은 산하에 ‘의결권 행사 전문위원회’를 구성해 놓았으며 이 위원회가 의결권 행사 세부기준에 따라 판단을 하고 있다.
그러나 경영권 분쟁 등 민감한 사안 등에 대해서는 여전히 명확한 기준이 없고, 설사 주주 가치를 훼손할 수 있는 안건에 반대하더라도 이를 최종적으로 관철시키지 못하는 것은 한계로 지적된다. 또 의결권 행사 전문위원 선정 때 전국경제인연합회 같은 기업들을 대변하는 단체의 추천을 받는 점 등은 독립된 의사결정을 하는 데 걸림돌이 될 수 있다.
김선웅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 소장은 “현재까지 국민연금이 반대의견을 낸 안건 중에서 통과되지 못한 안건은 하나도 없었다”며 “미국의 캘퍼스처럼 적극적으로 주총 전에 문제점을 지적해 사회적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도록 사전 공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재 국민연금의 의결권 사전 공시는 금지돼 있고, 주총 이후 14일 이내에 인터넷에 공시하도록 돼 있다. 양선아 기자 anmad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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