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4분기 주요 디램업체 경영실적
4분기 삼성 빼곤 모두 적자…‘치킨게임’ 승패 갈려
선발업체들, 공격적 투자 늘려 ‘고사 전략’에 속도
선발업체들, 공격적 투자 늘려 ‘고사 전략’에 속도
“승부는 지금부터다.”
전세계 디램(DRAM) 업체 대부분이 지난해 4분기 예상을 웃도는 대규모 영업적자를 냈다. 반도체 메모리칩의 하나인 디램 값이 최소한의 손익분기점인 1달러 아래까지 추락했기 때문이다. 상당수 업체들은 이미 현금고갈(캐시번) 상태에 빠졌지만 생존을 위한 ‘치킨 게임’을 멈추지 않고 있다. 확실한 ‘탈락자’가 가려지는 올 하반기 이후에나 업황 회복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 ‘치킨게임’ 끝나나?=지난해 4분기 시장점유율 1위인 삼성전자를 빼곤 디램 업체 모두가 적자를 냈다. 2위인 하이닉스는 17분기 동안의 흑자행진을 마감하고 3180억원 영업적자를 냈다. 3~5위권인 일본 엘피다는 적자전환했고, 미국 마이크론은 적자폭이 훨씬 커졌다. 독일 키몬다는 매출액보다 많은 영업손실을 봤다. 디램만 놓고 보면 삼성전자도 소폭 적자를 낸 것으로 증권가에선 보고 있다. 사실상 업계 전체가 밑지는 장사를 한 셈이다. 주력제품인 512메가비트(667㎒) 디램 값은 지난해 9월 2달러에서 3개월 새 반토막이 났다. 지난해 말과 비교하면 6분의 1 수준이다. 김영준 교보증권 연구원은 “업체들의 치열한 증산경쟁이 빚은 공급과잉 탓에 디램 값은 지난해 11월부터는 손익분기점으로 알려진 1달러 이하로 떨어졌다”며 “삼성전자를 제외한 모든 업체들이 이익금보다 가변투자비용이 더 많은 ‘캐시번’ 상태에 빠져 있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체력이 달리는 일부 업체들은 올 들어 투자를 줄이거나 연기할 의사를 밝히고 있다. 엘피다는 올해 투자규모를 1000억엔으로 지난해(2400억엔)보다 60% 가량 낮췄고, 키몬다는 싱가포르 신규라인 증설을 보류했다. 대만 프로모스는 감산 계획을 내놨다. 김 연구원은 “올해 메모리 업계의 총 투자규모는 지난해보다 30% 가량 줄어들 것”이라며 “최근의 투자 축소 움직임은 1년여 동안의 공급과잉이 해소되는 첫 신호”라고 말했다.
■ 업체들 전략은?=그러나 선발업체의 공격적인 투자는 더욱 속도를 내고 있다. 후발업체들이 재정 압박과 미세공정 전환에 어려움을 겪을 때 더 격차를 벌려 확실히 고사시키겠다는 전략이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설비투자액을 지난해 6조9100억원에서 올해 7조원으로 늘렸다. 하이닉스는 올해 3조6천억원을 신규투자하고 50나노급 제품 양산 시점을 올 3분기로 앞당겼다. 후발업체들은 출하량을 늘리며 ‘버티기’ 전략으로 대응하고 있다. 실제 올 1분기에도 디램 공급 증가율은 지난해 같은 기간의 75%로 여전히 예년 평균치를 웃돈다. 국내 업체들은 ‘키몬다+난야’, ‘엘피다+파워칩’ 등이 서로 제휴를 통해 덩치를 키웠기 때문에 체력이 만만치 않다고 보고 있다. 국내 선발업체들 처지에선 급격한 업황 회복이 반갑지 않은 측면도 있다. 한 국내업체 관계자는 “어차피 반도체는 원가 싸움인데 너무 빨리 오르면 ‘죽을 놈이 죽지 않는’ 상황이 된다”며 “수익성이나 투자 측면에서 반가운 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삼성증권은 최근 보고서에서 디램 업황 회복의 전제 조건으로 △삼성전자·하이닉스 등 선두업체의 공급 축소 △후발업체 일부의 경쟁 탈락 △업계 전반의 합병·통합 움직임 등을 꼽았다. 이진호 삼성증권 연구원은 “디램 공급과잉이 근본적으로 해소되려면 구조적 변화가 필요하다”며 “본격적인 반등은 일러야 3분기 이후에나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회승 기자 honesty@hani.co.kr
■ 업체들 전략은?=그러나 선발업체의 공격적인 투자는 더욱 속도를 내고 있다. 후발업체들이 재정 압박과 미세공정 전환에 어려움을 겪을 때 더 격차를 벌려 확실히 고사시키겠다는 전략이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설비투자액을 지난해 6조9100억원에서 올해 7조원으로 늘렸다. 하이닉스는 올해 3조6천억원을 신규투자하고 50나노급 제품 양산 시점을 올 3분기로 앞당겼다. 후발업체들은 출하량을 늘리며 ‘버티기’ 전략으로 대응하고 있다. 실제 올 1분기에도 디램 공급 증가율은 지난해 같은 기간의 75%로 여전히 예년 평균치를 웃돈다. 국내 업체들은 ‘키몬다+난야’, ‘엘피다+파워칩’ 등이 서로 제휴를 통해 덩치를 키웠기 때문에 체력이 만만치 않다고 보고 있다. 국내 선발업체들 처지에선 급격한 업황 회복이 반갑지 않은 측면도 있다. 한 국내업체 관계자는 “어차피 반도체는 원가 싸움인데 너무 빨리 오르면 ‘죽을 놈이 죽지 않는’ 상황이 된다”며 “수익성이나 투자 측면에서 반가운 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삼성증권은 최근 보고서에서 디램 업황 회복의 전제 조건으로 △삼성전자·하이닉스 등 선두업체의 공급 축소 △후발업체 일부의 경쟁 탈락 △업계 전반의 합병·통합 움직임 등을 꼽았다. 이진호 삼성증권 연구원은 “디램 공급과잉이 근본적으로 해소되려면 구조적 변화가 필요하다”며 “본격적인 반등은 일러야 3분기 이후에나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회승 기자 honest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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