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 소환을 받은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가 28일 오전 입을 굳게 다문 채 서울 한남동 삼성 특검 사무실로 들어서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에버랜드 CB 인수 자세히 몰라”
특검, 이건희·홍석현씨도 소환키로
특검, 이건희·홍석현씨도 소환키로
이건희 삼성회장 일가의 비자금 조성 의혹 등을 수사하는 조준웅 특별검사팀은 28일 이재용(40) 삼성전자 전무를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특검팀은 1차 수사기한(60일)이 끝나는 다음달 9일 안에 이건희(66) 회장과 김인주(50) 전략기획실 사장, 홍석현(59) 중앙일보 회장 등을 불러 조사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용씨는 이날 “저와 삼성에 대해 많은 걱정과 기대를 하고 계신 점 잘 듣고 있다. (조사에서) 성실히 답변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경영권 승계에 그룹 차원의 공모가 있었느냐’는 등의 질문에는 굳게 입을 다문 채, 곧바로 9층으로 올라가 윤정석 특검보로부터 조사를 받았다. 이씨는 변호인이 입회한 가운데 이날 밤 11시25분께까지 조사를 받았으며, 특검팀은 이씨의 피의자 신문조서를 작성했다.
특검팀은 경영권 불법승계 과정에 전략기획실(옛 구조조정본부) 등 그룹 차원의 공모가 있었을 것으로 보고, 이씨를 상대로 삼성에버랜드 등 계열사 지분 인수 과정을 어디까지 알고 있었는지, 어떤 역할을 했는지 등을 조사했다. 특검팀은 또 삼성 계열사들이 이씨가 보유한 이(e)삼성 등의 주식을 수익 전망이 없는데도 전량 사들인 배경을 집중적으로 조사했다. 이씨는 “에버랜드 전환사채 인수 당시 미국 유학 중이라 자세한 내용은 몰랐다. 재산관리 담당 직원이 알아서 처리한 것”이라며 “이삼성 주식 인수는 계열사들이 알아서 판단한 것”이라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는 자신의 투자 손실 수백억원을 삼성 계열사 9곳에 떠넘긴 이삼성 사건(2001년)으로 2005년 참여연대로부터 고발당했다. 또 △서울통신기술 전환사채 헐값발행(1996년)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 헐값발행(96년) △삼성에스디에스 신주인수권부사채 헐값배정(99년) 등을 통해 핵심 계열사 주식을 헐값에 사들이는 방법으로, 증여세 16억원만 낸 뒤 6년여 만에 그룹 지배권을 확보했다. 특검팀 관계자는 “이재용씨는 경영권 불법승계 과정의 최대 수혜자이기 때문에 조사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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