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
세제 전면개편 시사…정부역할 축소 우려도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은 29일 “새로운 관점에서 조세체계를 근본적으로 재검토해야 할 시점이 됐으며 한 해라도 먼저 저세율로 가는 것이 유리하다”고 말해 감세를 포함한 대대적인 세제개편에 나설 방침임을 시사했다. 저출산·고령화와 양극화 해소 등을 위한 재정 수요가 급격하게 늘어가는 상황에서 감세는 세수 감소를 초래해 재정의 적절한 역할을 제약할 수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강 장관은 이날 과천청사에서 연 기자간담회에서 “국내 세제는 1970년대 부가가치세나 종합소득세를 도입하면서 골격을 이룬 이후 부분적인 세율 인하 외에는 근본적인 개편이 없었다”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세계무역기구(WTO) 체제하에서는 정부의 지원이 금지됐고 그 때문에 세계 각국이 각종 세금을 낮춰주는 ‘조세 경쟁’ 시대에 들어갔다”며 “이런 상황에서 재정 여건만 허락한다면 한 해라도 먼저 저세율로 가는 것이 대외 경쟁력에서 유리하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국내 세제는) 복잡하고 목적세가 많고 종부세가 조세 원리에 어긋난다는 지적 등이 있는데 이를 종합적으로 검토한 뒤 연구 진행 상황에 따라 올해나 내년에 (개편을) 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감세의 혜택이 대기업·고소득층에 주로 돌아갈 것이라는 지적에 대해 그는 “경제는 대기업에 대한 수혜를 줄인다고 해서 그것이 서민에게 돌아가는 것이 아니다”라며 “대기업에 대한 법인세 경감 혜택이 종업원에 대한 급여와 성과급으로 나타나고 소액주주에 대한 배당으로 돌아가 소비가 늘고 저소득층에도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물가 대책과 관련해 “앞으로 원칙적으로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을 솔직하게 국민에게 밝히겠다”며 “수입물가가 21%나 올라간 상황은 우리의 한계를 넘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최근의 상황은 중국과 인도의 원자재 수요와 곡물 수출을 통제하는 데서 비롯된 것”이라며 “유류세 인하와 공공요금 인상 자제, 유통구조 개선 등 할 수 있는 방식으로 물가를 잡아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1985년 플라자 합의로 미국의 대일 채무가 대폭 탕감된 예를 들면서 “당시 뉴욕 재무관으로 있으면서 환율은 경제전쟁이자 경제주권을 상징하는 것이라는 점을 느꼈다”며 “환율을 시장에 맡기는 것이 아니라 필요할 때는 이렇게도 하는 것이라는 걸 알게 됐다”고 말했다. ?6S최우성 기자 morg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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