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유출 안돼”-“유출아닌 수출”
전세계 디(D)램 반도체 생산부문에서 1·2위를 달리는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반도체의 최고경영자가 첨단기술의 국외 이전 문제를 둘러싸고 ‘정면 충돌’했다.
황창규 삼성전자 반도체총괄 사장은 7일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정기총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최근 하이닉스반도체가 대만업체에 디램 반도체 양산기술 이전을 추진 중인 것에 대해 “선진국들도 핵심기술은 보호하는데 그런 기술이 수출대상이라는 것은 말이 안되지 않느냐. 양산기술이든 설계기술이든 모두 핵심기술로 보호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국가적 컨센서스를 모아 제정한 산업기술유출방지법의 취지를 살려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 사장의 발언은 최근 하이닉스가 대만 프로모스와 54나노 초미세 양산기술 이전 협상을 벌이고 있는 데 대해 반대의 뜻을 분명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 50나노급 공정은 삼성전자와 하이닉스가 올해부터 양산을 시작하는 기술로, 이전 60나노급 공정보다 생산성이 30% 가량 높다.
이에 김종갑 하이닉스반도체 사장은 이날 총회에서 따로 기자들과 만나 “기술 유출이 아니라 수출”이라고 강력히 반박했다. 그는 “이전 기술은 디램 설계·개발 등 선행기술이 아니라 양산기술이기 때문에 기술유출 가능성은 없다”며 “프로모스와 3년 동안 같은 방식으로 협력해 왔지만 우리가 이전한 기술을 기반으로 다음 기술을 개발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만약 기술유출이 된다면 스스로 (이전 협상을) 중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해 8월 시행된 산업기술유출방지법에는 80나노 이하 디램 반도체 기술을 국외로 내보낼 때 지식경제부에 신고하게 돼 있다. 산업기술보호위원회가 ‘국가안보에 심각한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판단하면 수출중지·수출금지·원상회복 등을 명령할 수도 있다.
김회승 기자 honest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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