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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특검이 1990년대 말부터 끊임없이 제기돼 온 삼성생명 주식 차명의혹에 정조준을 하고 나섬에 따라, 수사 결과가 이건희 회장 외아들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의 삼성그룹 지배구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쏠린다.
■ 차명 지분은 승계구도의 핵심고리=삼성생명 차명주식 의혹이 처음 제기된 것은 9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건희 회장과 삼성에버랜드는 98년 말∼99년 초 이필곤 전 삼성물산 회장 등 삼성 전·현직 임원 31명(지분 0.5% 이상 보유 기준)이 갖고 있는 삼성생명 주식 34.35%를 주당 9천원에 인수했다. 이를 통해 이 회장과 에버랜드의 삼성생명 지분은 각각 26%와 20.6%로 늘어났다. 김용철 변호사는 “이건희 회장이 거래 형식을 빌려 차명주식을 찾아오는 과정에서 아들 재용씨가 대주주로 있는 에버랜드도 대주주로 부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차명 의혹이 다시 불거진 것은 이종기 전 삼성화재 회장(고 이병철 회장의 사위이자 이건희 회장의 매형)이 사망한 2006년 10월이다. 이 전 회장은 자신이 갖고 있던 삼성생명 지분 4.68%(당시 장외시세 기준 5300억원)를 삼성생명공익재단에 증여했다
■ 경영권 승계에 끼칠 파장=현행 보험업법에서는 보험사의 대주주 지분이 1% 이상 변동될 때는 감독당국에 신고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보험업법에 근거해 문제의 차명주식 16.2%가 제3자에게 강제 매각되더라도 삼성생명 경영권에는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지는 않을 전망이다.이건희 회장과 삼성에버랜드 등 삼성 쪽 지분이 28.56%에 이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삼성그룹 지배구조에는 파장이 적지 않을 전망이다. 삼성생명 차명주식이 그룹 차원의 소유경영권 승계라는 큰 그림이 있었음을 보여주는 결정적 증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은 에버랜드의 삼성생명 주식 매수를 통해 에버랜드→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카드와 삼성에스디아이→삼성에버랜드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고리를 형성했다. 삼성은 이에 앞서 96년 10월 에버랜드 전환사채를 헐값에 발행해 이 전무에게 넘겼다. 이로써 에버랜드의 최대주주인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로의 삼성의 소유경영권 승계 작업이 완성됐다. 별개로 보이는 이 두 사건이 삼성그룹 소유경영권 승계라는 큰 그림 속에서 그룹 회장비서실(현 전략기획실) 주도로 치밀한 계획 아래 진행됐다는 판단이 가능하다.
곽정수 대기업전문기자 jskw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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