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대 주요 그룹 사회공헌 지출 총액 증가율 추이
12개 대기업 지출 증가율 ‘10.2%→4.7%’로 줄어
큰손 삼성 ‘공헌 차질’ 영향 커…‘지출액 비중’ 1위 CJ
“윤리·환경·인권 소홀로 쓰는 돈에 비해 효과 적어”
큰손 삼성 ‘공헌 차질’ 영향 커…‘지출액 비중’ 1위 CJ
“윤리·환경·인권 소홀로 쓰는 돈에 비해 효과 적어”
올해 주요 그룹들의 사회공헌 예산 증가율이 5%에도 못 미칠 전망이다. 그동안 기업 사회공헌을 주도해온 삼성이 비자금 사태 여파로 사실상 ‘사회공헌 휴업상태’에 빠지면서, 전체 대기업들의 사회공헌활동이 다소 위축되고 있는 양상이다.
<한겨레>가 12일 삼성, 현대·기아차, 에스케이, 엘지, 포스코 등 국내 기업 사회공헌을 주도하는 12개 그룹을 조사한 결과, 이들의 올해 사회공헌 예산은 5354억원(삼성 제외)으로 지난해보다 4.7% 늘려잡은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증가율 10.2%(삼성 제외)의 절반 수준으로, 사회공헌 지출의 증가율 둔화는 <한겨레>가 지난 2005년 이 조사를 시작한 이후 처음이다. 삼성은 특검 수사의 여파로 지난해 실적집계와 올해 사업계획 수립을 못하고 있다.
올해 사회공헌 지출을 늘리겠다고 답한 그룹은 에스케이, 엘지, 씨제이, 한화, 교보, 유한킴벌리, 이랜드 등 7곳이었다. 포스코, 현대·기아차, 케이티는 지난해 수준을 유지할 계획이다. 사회공헌 실무책임자들은 예산 증가율이 낮은 이유를 “최근 붐을 이뤘던 재단설립이 일단락되고, 기업들이 신규사업보다 기존에 하던 대표사업의 내실화에 힘쓰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한겨레>가 조사한 주요 그룹들의 지난해 사회공헌 지출액은 삼성을 제외하고 모두 5112억원이었다. 삼성은 사회공헌 지출액을 밝히지 않았지만, 지난해에도 전체에서 가장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애초 삼성은 지난해 사회공헌 예산으로 4500억원을 책정했다. 2~7위는 에스케이, 엘지, 포스코, 현대·기아차, 씨제이, 지에스칼텍스 순이었다. 한화는 11위에서 8위로 뛰었다. 김승연 회장 폭행사건 뒤 사회봉사단을 창설하는 등 사회공헌에 적극 나섰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경상이익 대비 사회공헌 지출액 비중이 가장 높은 곳은 씨제이로, 19.4%에 달했다. 2005년 이후 2개의 재단을 설립하면서 매년 출연금이 늘었고, 학교 기부도 활발했다. 유한킴벌리도 이익의 8.8%를 사회공헌에 썼다. 경상이익이 집계된 9개 그룹의 사회공헌 지출비율은 평균 2.1%인데, 이는 미국 기업 평균의 두 배에 이른다. 주요 그룹들은 올해 중점방향으로 △임직원 자원봉사(한화·이랜드) △소외계층 및 청소년교육 지원(에스케이·엘지·씨제이·이랜드) △환경(현대기아차·지에스칼텍스·유한킴벌리) △기존 사회공헌사업 내실화(에스케이·씨제이)를 꼽았다.
곽대석 사회공헌정보센터 소장은 “대기업 위주의 사회공헌을 중소기업으로 확산시키고, 선진국처럼 기업인과 일반시민의 참여가 늘어야 한다”고 말했다. 사회공헌컨설팅사인 엔씨스콤의 양용희 대표(호서대 교수)는 “국내 기업들은 사회공헌의 바탕이 되는 사회적 책임경영을 좀더 전략적이고 충실히 수행해야 한다”며 “사회공헌에 많은 돈을 쓰면서도 효과가 낮은 것은 윤리·환경·인권 등 사회적 책임을 소홀히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동안 기업 사회공헌을 주도해온 삼성이 대표사례로 꼽힌다. 현재 특검의 출두요구를 받은 삼성사회봉사단 사장은 장기외유 중이고, 핵심임원은 차명계좌 보유를 시인했다. 곽정수 대기업전문기자 jskw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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