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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차세대 먹거리 ‘무한도전’

등록 2008-03-13 19:01

차세대 먹거리 ‘무한도전’ ※사진을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아라 / 정보·나노·생명공학·우주항공·에너지…
세계 경제환경 급격하게 변해
몇가지 기술로 먹고사는 시대 지나
글로벌기업들은 한발 앞서가지만
한국은 아직 가시적 성과 없어
미래사업 투자 성장·생존 필수조건

‘무엇을 먹고 살 것인가.’

올해도 경제계의 화두는 ‘미래 경쟁력’이다. 내로라하는 재계 총수들은 입만 열면 ‘차세대 먹거리’를 되뇌인다. 최근 한 경제주간지 조사를 보면, 국내 최고경영자의 55.5%(복수응답)가 새 정부의 핵심 과제로 ‘신성장동력 발굴’을 꼽았다. 단골 응답인 ‘규제 완화’(48.5%)나 ‘노사관계 안정’(30.5%)은 외려 뒤로 밀렸다. 성장동력에 대한 불안과 갈증이 그만큼 심각하고 절실하다는 얘기다.

비단 우리만의 문제가 아니다. 전세계 글로벌 기업들은 지금도 저마다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아 끊임없는 변화를 꾀하고 있다. 주요 선진국들은 개별 기업이 아닌 국가적 과제로 문제 해결에 발벗고 나서고 있다.

“글로벌 기업들은 이미 한발 앞서 있습니다. 제너럴 일렉트릭(GE)은 수백개의 미래프로젝트 가운데 매달 10여개를 선정해 시작합니다. 엊그제 출범한 프로젝트를 접고 오늘 다른 사업을 시작합니다. 한해 매출이 1700억달러(150조원)에 이르는 공룡이지만 누구보다 빠르고 강하게 변합니다.” 황수 지이코리아 대표의 말이다. 미래 사업에 투자하는 것은 성장과 생존을 위한 필수조건이라는 것이다.

우리는 어떤가? 에너지, 바이오, 나노테크놀로지 등 차세대 사업에 대한 말은 많지만 정작 아직 이렇다할 성과를 내는 기업을 찾긴 힘들다. 국내 상장 대기업들은 2000년대 이후 호황 덕분에 현금성 자산만 수십조원에 이른다. 불투명성을 뚫고 미래에 투자할 만한 용기를 선뜻 내지 못하는 것이다. 정부의 움직임도 굼뜨다. 지난해 연구개발 국가예산 9조8000억원 가운데 차세대 성장동력 사업에 들어간 돈은 4천억원, 전체의 5%에 불과하다. 정부는 지난 2003년 바이오신약 등 ‘10대 차세대 성장동력 사업’과 우주항공 등 ‘6대 기술분야’를 국가적인 집중육성 사업으로 지정했다.

주요 나라에서 추진중인 성장동력사업
주요 나라에서 추진중인 성장동력사업
최근 세계 경제 환경은 빠르게 변하고 있다. 제품과 기술의 순환주기가 빨라지고 업종을 불문하고 수익성 싸움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핀란드 노키아는 20달러짜리 휴대전화를 만들어내고, 인도의 타타자동차는 240만원짜리 자동차를 찍어낸다. 조용수 엘지경제연구원 미래전략그룹장은 “기술 진화속도가 워낙 빨라 그만큼 투자 위험도 커졌다”며 “미래 기술을 시장에 빨리 전달해 국가적으로 일정한 소득을 낸 뒤 다시 새로운 기술로 신속히 갈아타야 한다”고 말한다. 한두 가지 제품이나 기술로 ‘평생을 먹고 사는’ 시대는 지났다는 것이다. 삼성전자 디지털솔루션센터의 부사장급 임원은 “과거에는 제품이든 서비스든 업계 서열 3위까지는 차별적인 전략으로 살아남을 수 있었지만 지금은 1위를 빼면 2·3위의 몫이 거의 없어졌다”며 “미래 시장을 선점하고 키우는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한다.

제조업 뿐 아니라 금융시장 환경도 급변하고 있다. 더이상 국내 시장에 머물러서는 생존조차 힘든 수준에 와 있기 때문이다. 내년 자본시장통합법 시행을 앞두고 국내 금융회사들도 조금씩 국외시장의 문을 두드리고 있지만, 수익성이 큰 투자사업(IB)은 이제 걸음마 수준이다.

우리의 경쟁 상대는 녹록치 않다. 중국은 해마다 10%씩 성장하며 미래 첨단산업의 경쟁력 또한 빠르게 높이고 있다. ‘잃어버린 10년’ 이후 회생 중인 일본 역시 공격적으로 미래 투자를 늘리고 있다. 현재 국내 수출 상위 50개 제품 가운데 중국과의 경쟁 제품 비중은 2000년대 초 20%대에서 지난해에는 40%로 높아졌다. 일본과 경쟁하는 제품은 여전히 절반을 넘는다. 중국 정부가 정한 10대 미래 산업의 경우, 항공·우주, 신에너지, 정보통신, 생물의약 등 절반이 우리와 겹친다.

일본, 중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전문가들은 급속한 세계화로 세계시장의 경쟁 환경이 질적으로 변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김재윤 삼성경제연구소 실장은 “전자업체 엔지니어를 자동차 회사에서 스카우트 하는 일이 생기고, 인터넷 기업인 구글이 휴대전화 업체인 노키아와 경쟁하고 있다”며 “이젠 경쟁 상대가 같은 업종 뿐 아니라 전후방 산업 등 도처에 깔려 있어 그만큼 미래 전략 수립이 어려워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신성장동력의 ‘원천’을 △미래시장의 트렌드 △현재의 핵심역량 △인수합병 등에서 찾는다. 국내 대기업들은 대부분 ‘지금 잘 하고 있는 사업과의 연관 효과를 극대화하는’ 전략에 치중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반도체 기술을 이용한 바이오칩을 주된 미래사업 아이템으로 추진하는 게 좋은 예다. 이런 ‘유기적 성장전략’은 안전하긴 하지만 속도가 느리다. 송재용 서울대 교수는 “고유가와 신에너지 사업, 기후변화와 식량 비즈니스, 고령화와 건강의료산업 등의 트렌드는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미래 시장”이라며 “문제는 누가 먼저 제때 시장을 만들고 수익을 내느냐는 것”이라고 말한다. 1980년대 말에 검토한 사업이 여전히 유용한 경우도 있고, 전혀 예상치 못한 제품과 서비스가 급부상하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그는 “기술적으로 가능하냐는 공급자 시각이 아니라 ‘소비자가 지금 필요로 하느냐’는 관점이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회승 기자 honest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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