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퇴진 압력…‘신문시장 불공정행위 규제’ 밉보여
〈동아일보〉로부터 퇴진 압력을 받아온 김원준 공정거래위원회 사무처장(직무대행)이 끝내 사표를 쓰고 물러났다.
김 사무처장 대행은 8일 오후 공정위 직원들에게 메일을 보내 “새로운 도약을 위해 공정위를 떠난다”고 작별인사를 했다. 그는 주변 사람들에게 “압력에 밀려 떠나는 것은 아니다”면서도 “동아일보 보도가 계기가 되기는 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사무처장 대행의 사표는 청와대가 그의 1급 승진에 부정적인 뜻을 밝힌 게 계기가 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의 이런 방침은 김 사무처장 대행이 참여정부에서 신문시장의 불공정거래행위 규제를 담당하는 시장감시국장을 지낸 것을 이유로 동아일보가 승진 철회를 주장하는 기사와 사설을 잇달아 쓴 뒤 이뤄진 것이다.
동아일보는 지난달 31일 사설에서 “노무현 코드에 맞춰 언론탄압의 행동대장 노릇을 한 김 사무처장 직무대행을 사실상 승진시켰다”며 “이를 알고도 김씨를 중용했다면 이 정부의 공직자관과 언론관이 의심스럽고 모르고 했다면 이 또한 한심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김 사무처장 대행은 지난달 말 공석이 된 사무처장 후임으로 내정된 뒤, 그동안 행정안전부로부터 1급 승진 자격심사를 받으면서 사무처장 일을 맡아왔다. 공정위 사무처장이 직무대행 중에 특별한 이유없이 그만둔 것은 처음이다.
공정위 간부들은 김 사무처장 대행의 퇴진에 대해 납득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공정위의 한 과장은 “정권이 바뀌었다고 전 정부에서 한 일을 이유로 청와대가 문제삼는다면 앞으로 어느 공무원이 위에서 시킨다고 일을 하겠느냐”고 침통해했다. 또 다른 국장은 “앞으로 공무원 사이에 소신 있게 일하다간 다음 정권에서 잘린다는 생각이 자리잡을 것 같다”고 꼬집었다.
곽정수 대기업전문기자 jskw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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