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극화를 넘어 - 동반성장의 길
폴크스바겐 노사협력 해외공장 백지화
자동차 문외한 3800명 뽑아 2년만에 흑자
지속적 사회공헌 ‘네바퀴 사랑’새록새록
“실업자들이 자꾸 늘어나는 것을 그대로 방치하면 나중에 폴크스바겐 자동차는 누가 사주겠습니까?” 폴크스바겐의 자회사인 ‘아우토 5000’의 디나 율리아 카미스케 구매·마케팅담당 본부장은 민간기업이 실업자 구제를 위해 직접 회사를 세워 일자리 만들기에 나선 것은 당연하다는 듯 말했다. 2002년 3월 독일 전역에서 2만2천여명의 실업자들이 볼프스부르크시로 몰려들었다. 인구가 30여만명에 불과한 소도시는 금세 북새통을 이뤘다. 이들은 신설 자동차생산업체인 아우토 5000에 입사지원서를 낸 4만8천여명 중에서 서류전형에 합격한 사람들이다. 장기실업자인 이들의 전직은 요리사, 청소원 등 그야말로 각양각색으로, 대부분 자동차 생산과는 거리가 멀었다. 이들 중에서 개별 인터뷰와 현장 실기시험 등을 거쳐 3800명이 최종 선발됐다. 아우토 5000은 지원자들에게 최소 2년 이상 실업자여야 한다는 것 이외에 아무런 자격조건을 두지 않았다. 아우토 5000의 대외협력 담당인 크리스토프 아도마트는 “다른 기업이라면 눈길조차 주지 않았을 41살 이상 고령자도 18.5%나 차지했다”고 말한다. %%990003%%
아우토 5000은 실업자 구제를 위해 세계 4위의 자동차업체인 폴크스바겐이 세운 회사다. 자동차 개발을 폴크스바겐에 의존하는 것만 빼면 부품조달, 생산, 판매 등 나머지 모든 활동은 독자적으로 수행한다. 1990년대 말 폴크스바겐은 새 공장을 국외에 만드는 계획을 구상했다. ‘폴크스바겐이 기침을 하면 전체 니더작센주가 감기에 걸린다’는 독일 속담이 있을 정도로 폴크스바겐의 영향력이 절대적인 상황에서 지역경제의 위기감은 고조됐다. 하지만 폴크스바겐 노사는 공동협의를 통해 공장 국외건설 계획을 백지화한다. 대신 새로운 고용창출을 통한 실업자 구제와 노동자에 대한 생존권을 보장할 수 있는 수입 보장, 자동차 생산 입지로서 독일의 위치 보장 등 세가지를 내걸고 2001년 말 아우토 5000 회사를 출범시켰다. 원래의 프로젝트 이름은 ‘아우토 5000×5000’이다. 카미스케 본부장은 “앞의 5000이라는 숫자는 일자리 창출 목표를, 뒤의 5000은 노동자들의 한달 월급을 뜻한다”고 설명했다. 아우토 5000의 설립이 가능했던 것은 실업자 구제를 위한 일자리 창출에 폴크스바겐의 노사가 합의했기 때문이다. 그 바탕에는 ‘기업의 중심은 인간’이라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중시하는 전통이 깔려 있다. 폴크스바겐의 페터 하르츠 노동이사는 “인간 없이 기업은 존재하지 않는다”며 “폴크스바겐은 사업장이 존재하는 모든 지역에서 사회적 책임의 파트너로서 활동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업자 구제를 위한 폴크스바겐의 노사협력은 아우토 5000에도 그대로 이어졌다. 아우토 5000에는 폴크스바겐에도 없는 독특한 고용 프로그램이 도입됐다. 대표적인 것이 ‘유연(탄력) 근무제’이다. 폴크스바겐 노동자들은 주당 5일씩 35시간을 근무한다. 하지만 아우토 5000의 노동자들은 3교대로 토요일까지 포함해서 주당 5~6일을 신축적으로 근무한다. 또 주당 노동시간도 28~42시간 범위 안에서 탄력적이다. 이런 ‘유연(탄력) 근무제’는 계절별로 소비자들의 수요가 달라 생산량과 작업량이 일정하지 않은 자동차산업의 특성을 고려한 것이다. 그렇다고 아우토 5000에서 법정 근로시간이 무시되는 것은 아니다. 법정 근로시간보다 많이 일한 노동자는 최대 200시간까지 노동시간을 저장한 뒤 수당으로 받거나 휴가로 활용할 수 있다. %%990002%%
아우토 5000만의 독특한 제도는 이것만이 아니다. 품질검사 결과 작업자의 잘못으로 불량이 나온 것으로 밝혀지면, 근무조가 바뀔 때 주어지는 30분의 교대시간 동안 무임금으로 작업을 계속한다. 또 월 임금도 5000마르크(2556유로)만 받기로 노사가 합의했다. 이는 폴크스바겐 노동자보다는 15~20%가 적은 수준이다. 생산라인에서 일하던 한 직원은 불만이 없느냐는 질문에 “모두들 일자리를 마련해준 회사에 고마워한다”고 말했다. 결국 아우토 5000×5000 프로젝트는 실업자 구제를 위한 폴크스바겐과 아우토 5000 노사의 협력과 양보, 정부의 지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민주노동당 부설 진보정치연구소의 이상호 박사는 “아우토 5000×5000은 고용안정과 관련해 기업이 어떻게 사회적 책임을 수행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 사례”라며 “국내 기업의 사회공헌 활동이 이미지 개선이라는 단기적 시각에 치중해 있는 것과 큰 차이를 보인다”고 지적했다. 아우토 5000은 이런 노사협력을 바탕으로 2002년 말부터 가족용 밴인 ‘투란’ 생산에 돌입했다. 실업자 구제를 위한 노사협력은 소비자들의 좋은 반응으로 이어졌다. 지난해 투란의 판매량은 9만5천대로, 독일 내 동일차종 시장의 점유율을 25%나 차지했다. 올해 판매량도 10만대 안팎이 될 것으로 회사는 내다보고 있다. 아우토 5000은 이런 성과를 바탕으로 사실상 출범 2년째인 지난해부터 소폭의 흑자를 내는 기적을 일궜다. 폴크스바겐 노사의 실업자 구제와 일자리 창출을 위한 협력은 더욱 확산되고 있다. 오는 2007년에는 독일 서북부의 하노버에 미니버스 공장이 볼프스부르크 투란공장과 똑같은 개념으로 세워질 계획이다. 이곳에서는 1200명의 실업자들에게 새로운 일자리가 제공된다. 대외협력 담당인 아도마트는 “투란공장과 하노버 미니버스 공장을 합치면 진정한 의미의 아우토 5000×5000 계획이 완성된다”고 말했다. 아우토 5000×5000 프로젝트는 폴크스바겐의 기업 이미지를 높이는 데도 크게 기여하고 있다. 볼프스부르크역에서 만난 폴크스바겐의 한 여성직원은 “대학 졸업 뒤 수습사원으로 일하는 중”이라며 “폴크스바겐은 독일 국민에게 사랑받는 기업, 젊은이들에게는 가장 안정적인 직장으로 인식되고 있다”고 말했다.
볼프스부르크(독일 니더작센주)/곽정수 대기업전문기자 jskwak@hani.co.kr
■올리히 위르겐스 베를린자유대학 교수
독일식 ‘노사 공동결정’위기 때 더 빛나
%%990004%%
독일 자동차산업과 노사관계의 권위자인 울리히 위르겐스 베를린자유대학 교수(정치경제학)는 “기업이 장기적으로 지속가능한 경영을 하려면 노사가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인식을 같이해서 고용안정을 위해 협력해야 한다”면서 “한국경제의 양극화 문제를 해결하고 동반성장을 꾀하는데 폴크스바겐식 노사협력 모델이 유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독일의 노사모델은 노사정 합의를 통한 대타협, 노조의 경영참가 인정 등을 특징으로 한다. 반면 한국 기업은 노조의 경영참여에 부정적인데? =회사의 중요한 의사결정에 노동자가 참여하는 ‘공동결정방식’은 독일 기업의 경쟁력 강화와 지속가능 경영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예를 들어 폴크스바겐의 경영이 어려울 때 이성적이고 균형잡힌 해결책을 찾을 수 있었던 것은 노사 공동결정방식에 힘입은 바 크다. 지난해 11월에도 폴크스바겐 노사는 비용절감의 필요성에 뜻을 같이하고, 2011년까지 고용보장과 함께 투자계획 등에 있어서 노조의 경영참가를 더욱 확대하는 대신 2007년 1월까지 임금을 동결하기로 합의했다. 노조의 공동결정권은 사회적 평화를 만드는 핵심이다. -한국의 보수진영은 독일 기업이 어려움을 겪는 원인을 강성노조, 노조의 경영간섭, 높은 임금 등에서 찾는다. =모든 독일기업들이 노동자들을 대표해 공동결정에 참여하는 직장평의회의 존재를 인정한다. 전체적으로 보면 세계시장에서 잘나가는 독일 기업들은 공동결정권도 강하다. 반대로 경영이 안좋은 기업들은 공동결정권이 약하다. 독일모델이 실패했다는 주장은 성급하다. -현대차 등 한국의 자동차업체들은 최근 급속히 성장하고 있다. 그러나 노사관계는 협력적이지 못하고 대립적이다. =대립적 노사관계로는 장기적으로 지속가능한 경영을 할 수 없다. 자동차는 역동성이 높고 복잡한 산업이다. 숙련도가 높은 인력이 필요한데, 대립적 노사관계에서는 그런 인력 재생산이 불가능하다. -한국 대기업 노조의 임금인상이나 고용보장 투쟁은 때로는 사회적 지지를 받지 못한다. 정규직-비정규직 문제로 노동자 내부의 갈등도 있다. =독일에서는 동일업종 경우 6~10%의 임금차이만 허용된다. 노사가 고용안정을 위해 협력하지 않으면 장기적으로 지속가능한 경영이 불가능하다. 폴크스바겐이 볼프스부르크시와 협력해 지역경제 살리기에 나서고, 아우토 5000×5000 계획을 통해 고용창출을 하는 것은 독일에서도 큰 주목을 받고 있다. -한국에서도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관심이 높지만, 수준은 아직 초보적이다. 사회공헌을 강조하면서도, 경영사정을 이유로 대량감원을 단행한다. =독일에서 고용과 해고를 할 때는 직장평의회가 강하게 개입한다. 경영이 어려워 해고를 할 수는 있지만 개별면담을 거치는 등 지역경제에 미칠 영향을 감안해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야 한다. -한국은 그동안 대기업과 수출, 특정산업 중심의 성장전략을 펴오다보니, 구조적으로 대기업-중소기업, 모기업-부품업체, 수출-내수, 정규직-비정규직 간의 양극화 현상이 심각하다. 한국은 동반성장의 새로운 성장 패러다임을 찾고 있는데? =독일과 폴크스바겐 모델의 핵심은 ‘노사 파트너십’이다. 이런 노사 파트너십은 기업 안에서는 사용자와 직장평의회 간에, 기업 밖에서는 정부와 노동자, 사용자 간 3자협약이라는 여러 구조로 되어있다. 독일의 노사 파트너십은 한국에도 유용할 것이다. 베를린(독일)/곽정수 대기업전문기자 jskwak@hani.co.kr
자동차 문외한 3800명 뽑아 2년만에 흑자
지속적 사회공헌 ‘네바퀴 사랑’새록새록
“실업자들이 자꾸 늘어나는 것을 그대로 방치하면 나중에 폴크스바겐 자동차는 누가 사주겠습니까?” 폴크스바겐의 자회사인 ‘아우토 5000’의 디나 율리아 카미스케 구매·마케팅담당 본부장은 민간기업이 실업자 구제를 위해 직접 회사를 세워 일자리 만들기에 나선 것은 당연하다는 듯 말했다. 2002년 3월 독일 전역에서 2만2천여명의 실업자들이 볼프스부르크시로 몰려들었다. 인구가 30여만명에 불과한 소도시는 금세 북새통을 이뤘다. 이들은 신설 자동차생산업체인 아우토 5000에 입사지원서를 낸 4만8천여명 중에서 서류전형에 합격한 사람들이다. 장기실업자인 이들의 전직은 요리사, 청소원 등 그야말로 각양각색으로, 대부분 자동차 생산과는 거리가 멀었다. 이들 중에서 개별 인터뷰와 현장 실기시험 등을 거쳐 3800명이 최종 선발됐다. 아우토 5000은 지원자들에게 최소 2년 이상 실업자여야 한다는 것 이외에 아무런 자격조건을 두지 않았다. 아우토 5000의 대외협력 담당인 크리스토프 아도마트는 “다른 기업이라면 눈길조차 주지 않았을 41살 이상 고령자도 18.5%나 차지했다”고 말한다. %%990003%%
아우토 5000은 실업자 구제를 위해 세계 4위의 자동차업체인 폴크스바겐이 세운 회사다. 자동차 개발을 폴크스바겐에 의존하는 것만 빼면 부품조달, 생산, 판매 등 나머지 모든 활동은 독자적으로 수행한다. 1990년대 말 폴크스바겐은 새 공장을 국외에 만드는 계획을 구상했다. ‘폴크스바겐이 기침을 하면 전체 니더작센주가 감기에 걸린다’는 독일 속담이 있을 정도로 폴크스바겐의 영향력이 절대적인 상황에서 지역경제의 위기감은 고조됐다. 하지만 폴크스바겐 노사는 공동협의를 통해 공장 국외건설 계획을 백지화한다. 대신 새로운 고용창출을 통한 실업자 구제와 노동자에 대한 생존권을 보장할 수 있는 수입 보장, 자동차 생산 입지로서 독일의 위치 보장 등 세가지를 내걸고 2001년 말 아우토 5000 회사를 출범시켰다. 원래의 프로젝트 이름은 ‘아우토 5000×5000’이다. 카미스케 본부장은 “앞의 5000이라는 숫자는 일자리 창출 목표를, 뒤의 5000은 노동자들의 한달 월급을 뜻한다”고 설명했다. 아우토 5000의 설립이 가능했던 것은 실업자 구제를 위한 일자리 창출에 폴크스바겐의 노사가 합의했기 때문이다. 그 바탕에는 ‘기업의 중심은 인간’이라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중시하는 전통이 깔려 있다. 폴크스바겐의 페터 하르츠 노동이사는 “인간 없이 기업은 존재하지 않는다”며 “폴크스바겐은 사업장이 존재하는 모든 지역에서 사회적 책임의 파트너로서 활동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업자 구제를 위한 폴크스바겐의 노사협력은 아우토 5000에도 그대로 이어졌다. 아우토 5000에는 폴크스바겐에도 없는 독특한 고용 프로그램이 도입됐다. 대표적인 것이 ‘유연(탄력) 근무제’이다. 폴크스바겐 노동자들은 주당 5일씩 35시간을 근무한다. 하지만 아우토 5000의 노동자들은 3교대로 토요일까지 포함해서 주당 5~6일을 신축적으로 근무한다. 또 주당 노동시간도 28~42시간 범위 안에서 탄력적이다. 이런 ‘유연(탄력) 근무제’는 계절별로 소비자들의 수요가 달라 생산량과 작업량이 일정하지 않은 자동차산업의 특성을 고려한 것이다. 그렇다고 아우토 5000에서 법정 근로시간이 무시되는 것은 아니다. 법정 근로시간보다 많이 일한 노동자는 최대 200시간까지 노동시간을 저장한 뒤 수당으로 받거나 휴가로 활용할 수 있다. %%990002%%
아우토 5000만의 독특한 제도는 이것만이 아니다. 품질검사 결과 작업자의 잘못으로 불량이 나온 것으로 밝혀지면, 근무조가 바뀔 때 주어지는 30분의 교대시간 동안 무임금으로 작업을 계속한다. 또 월 임금도 5000마르크(2556유로)만 받기로 노사가 합의했다. 이는 폴크스바겐 노동자보다는 15~20%가 적은 수준이다. 생산라인에서 일하던 한 직원은 불만이 없느냐는 질문에 “모두들 일자리를 마련해준 회사에 고마워한다”고 말했다. 결국 아우토 5000×5000 프로젝트는 실업자 구제를 위한 폴크스바겐과 아우토 5000 노사의 협력과 양보, 정부의 지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민주노동당 부설 진보정치연구소의 이상호 박사는 “아우토 5000×5000은 고용안정과 관련해 기업이 어떻게 사회적 책임을 수행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 사례”라며 “국내 기업의 사회공헌 활동이 이미지 개선이라는 단기적 시각에 치중해 있는 것과 큰 차이를 보인다”고 지적했다. 아우토 5000은 이런 노사협력을 바탕으로 2002년 말부터 가족용 밴인 ‘투란’ 생산에 돌입했다. 실업자 구제를 위한 노사협력은 소비자들의 좋은 반응으로 이어졌다. 지난해 투란의 판매량은 9만5천대로, 독일 내 동일차종 시장의 점유율을 25%나 차지했다. 올해 판매량도 10만대 안팎이 될 것으로 회사는 내다보고 있다. 아우토 5000은 이런 성과를 바탕으로 사실상 출범 2년째인 지난해부터 소폭의 흑자를 내는 기적을 일궜다. 폴크스바겐 노사의 실업자 구제와 일자리 창출을 위한 협력은 더욱 확산되고 있다. 오는 2007년에는 독일 서북부의 하노버에 미니버스 공장이 볼프스부르크 투란공장과 똑같은 개념으로 세워질 계획이다. 이곳에서는 1200명의 실업자들에게 새로운 일자리가 제공된다. 대외협력 담당인 아도마트는 “투란공장과 하노버 미니버스 공장을 합치면 진정한 의미의 아우토 5000×5000 계획이 완성된다”고 말했다. 아우토 5000×5000 프로젝트는 폴크스바겐의 기업 이미지를 높이는 데도 크게 기여하고 있다. 볼프스부르크역에서 만난 폴크스바겐의 한 여성직원은 “대학 졸업 뒤 수습사원으로 일하는 중”이라며 “폴크스바겐은 독일 국민에게 사랑받는 기업, 젊은이들에게는 가장 안정적인 직장으로 인식되고 있다”고 말했다.
볼프스부르크(독일 니더작센주)/곽정수 대기업전문기자 jskwak@hani.co.kr
■올리히 위르겐스 베를린자유대학 교수
독일식 ‘노사 공동결정’위기 때 더 빛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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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자동차산업과 노사관계의 권위자인 울리히 위르겐스 베를린자유대학 교수(정치경제학)는 “기업이 장기적으로 지속가능한 경영을 하려면 노사가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인식을 같이해서 고용안정을 위해 협력해야 한다”면서 “한국경제의 양극화 문제를 해결하고 동반성장을 꾀하는데 폴크스바겐식 노사협력 모델이 유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독일의 노사모델은 노사정 합의를 통한 대타협, 노조의 경영참가 인정 등을 특징으로 한다. 반면 한국 기업은 노조의 경영참여에 부정적인데? =회사의 중요한 의사결정에 노동자가 참여하는 ‘공동결정방식’은 독일 기업의 경쟁력 강화와 지속가능 경영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예를 들어 폴크스바겐의 경영이 어려울 때 이성적이고 균형잡힌 해결책을 찾을 수 있었던 것은 노사 공동결정방식에 힘입은 바 크다. 지난해 11월에도 폴크스바겐 노사는 비용절감의 필요성에 뜻을 같이하고, 2011년까지 고용보장과 함께 투자계획 등에 있어서 노조의 경영참가를 더욱 확대하는 대신 2007년 1월까지 임금을 동결하기로 합의했다. 노조의 공동결정권은 사회적 평화를 만드는 핵심이다. -한국의 보수진영은 독일 기업이 어려움을 겪는 원인을 강성노조, 노조의 경영간섭, 높은 임금 등에서 찾는다. =모든 독일기업들이 노동자들을 대표해 공동결정에 참여하는 직장평의회의 존재를 인정한다. 전체적으로 보면 세계시장에서 잘나가는 독일 기업들은 공동결정권도 강하다. 반대로 경영이 안좋은 기업들은 공동결정권이 약하다. 독일모델이 실패했다는 주장은 성급하다. -현대차 등 한국의 자동차업체들은 최근 급속히 성장하고 있다. 그러나 노사관계는 협력적이지 못하고 대립적이다. =대립적 노사관계로는 장기적으로 지속가능한 경영을 할 수 없다. 자동차는 역동성이 높고 복잡한 산업이다. 숙련도가 높은 인력이 필요한데, 대립적 노사관계에서는 그런 인력 재생산이 불가능하다. -한국 대기업 노조의 임금인상이나 고용보장 투쟁은 때로는 사회적 지지를 받지 못한다. 정규직-비정규직 문제로 노동자 내부의 갈등도 있다. =독일에서는 동일업종 경우 6~10%의 임금차이만 허용된다. 노사가 고용안정을 위해 협력하지 않으면 장기적으로 지속가능한 경영이 불가능하다. 폴크스바겐이 볼프스부르크시와 협력해 지역경제 살리기에 나서고, 아우토 5000×5000 계획을 통해 고용창출을 하는 것은 독일에서도 큰 주목을 받고 있다. -한국에서도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관심이 높지만, 수준은 아직 초보적이다. 사회공헌을 강조하면서도, 경영사정을 이유로 대량감원을 단행한다. =독일에서 고용과 해고를 할 때는 직장평의회가 강하게 개입한다. 경영이 어려워 해고를 할 수는 있지만 개별면담을 거치는 등 지역경제에 미칠 영향을 감안해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야 한다. -한국은 그동안 대기업과 수출, 특정산업 중심의 성장전략을 펴오다보니, 구조적으로 대기업-중소기업, 모기업-부품업체, 수출-내수, 정규직-비정규직 간의 양극화 현상이 심각하다. 한국은 동반성장의 새로운 성장 패러다임을 찾고 있는데? =독일과 폴크스바겐 모델의 핵심은 ‘노사 파트너십’이다. 이런 노사 파트너십은 기업 안에서는 사용자와 직장평의회 간에, 기업 밖에서는 정부와 노동자, 사용자 간 3자협약이라는 여러 구조로 되어있다. 독일의 노사 파트너십은 한국에도 유용할 것이다. 베를린(독일)/곽정수 대기업전문기자 jskw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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