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담합 감시냐 물가 통제냐

공정거래위원회 담합 등 불공정행위 조사 현황

석유류 등 5개업종도 짬짜미 조사

4대 정유사·3대 이통업체·병원 45곳 등 서면조사중
업계 “가격인상 압박 느껴”…공정위 “담합감시 당연”

공정위는 지난 10일 액화석유가스(LPG) 수입업체인 에스케이가스와 이원(E1)에 직원을 직접 보내, 최근의 가격인상 과정에서 공정거래법을 위반했는지 여부에 대한 현장조사를 벌였다. 엘피지 가격은 지난 1일부터 종류별로 9.1~12.6% 올랐다. 공정위는 또 ?에스케이에너지, 지에스칼텍스, 현대오일뱅크, 에쓰오일 등 4대 정유업체 ?에스케이텔레콤. 케이티에프, 엘지텔레콤 등 3대 이동통신업체 ?서울대병원, 아산병원, 서울삼성병원 등 대형 병원 45곳에 대해서도 서면조사에 들어갔다. 공정위 관계자는 “최근 물가상승 분위기에 편승해서 담합 우려가 큰 분야를 집중 감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유사들의 경우 최근 국제유가 급등에 편승해 판매가격을 부당하게 올리거나 담합했는지를 조사한다. 이동통신사들의 경우 통신요금 현황은 물론 대리점과의 거래 실태 등을 광범위하게 조사한다. 대형 병원에 대해서는 환자에게 일반 진료보다 비용이 비싼 특진을 강요하거나 제약업체로부터 리베이트를 받고 있는지 등을 조사한다. 공정위는 곧 사설학원에 대해 학원비 담합 인상 여부를 조사할 계획이다. 공정위는 지난해 말 현대·기아차와 수입차 업체들을 상대로 시작한 고가의 가격 책정에 대한 조사를 최근 더욱 확대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정부가 물가인상 억제를 위해 공정위까지 동원해 압박하고 있다며, 이명박 정부가 표방한 친시장주의와 ‘비즈니스 프렌들리’ 정책 방향과도 맞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정유업계 임원은 “휘발유, 경유 등의 국내 가격이 국제 가격보다 더 싸고, 내수 쪽보다 수출 쪽의 이윤이 더 많이 나고 있는데, 국내 시장에서의 담합은 상식에 맞지 않다”며 “실제 담합에 대한 조사보다는 가격을 함부로 올리지 말라는 압력으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동통신사의 임원도 “요금인상 억제를 위해 전 부처가 나선 것 같다”고 말했다. 가스수입업체 관계자는 “그동안 미뤘던 가격을 올리자마자 공정위가 현장조사를 나온 것은 정부의 강한 의지를 보여주려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공정위의 이번 조사는 3월 말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물가상승을 촉발하는 불공정 담합행위를 철저히 감시하겠다고 밝힌 방침에 따른 것이다. 공정위 간부는 “과거에도 물가상승 분위기에 편승해 업체들이 가격인상 담합을 한 사례가 있다”며 “공정위가 독과점 폐해를 시정하고 시장경제의 효율성을 높이는 노력을 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반박했다. 공정위는 인상요인의 절반만 가격을 올렸다는 라면업계의 주장에 대해서도 “인상요인 이하로 올렸더라도 담합을 했으면 위법이고, 통상 담합이 이뤄지면 한꺼번에 다 올리지 않고 시차를 두고 조금씩 올리는 사례가 많다”며 “라면업계의 담합 혐의는 지난해 말부터 조사했던 사안”이라고 반박했다. 곽정수 대기업전문기자

김재섭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