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5단체장, 강제력 없이 “기업에 권장” 말뿐
고유가와 물가 급등 등 국내외 경제 여건이 빠르게 나빠지는 가운데, 재계가 투자를 늘려 애초 목표치보다 일자리를 10% 더 만들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하지만 노동계의 파업이 막 시작된 시점에 때맞춰 나온 발표인데다가 구체적 실행 계획마저 빠져 있어 과연 실효성 있는 대책인지 의구심을 낳고 있다.
조석래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회장 등 경제 5단체장들은 3일 오전 삼성동 코엑스에서 ‘일자리 창출을 위한 경제 5단체 공동 대책 발표’ 기자회견을 열고 “중소기업은 1사1인 추가 채용을, 대기업은 10% 이상 신규 채용을 늘리는 캠페인을 전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초 전경련은 국내 30대 그룹의 신규 채용 인원이 지난해보다 18.3% 늘어난 7만7500명이라고 발표한 바 있어, 10%에 해당하는 7750명만큼의 일자리를 추가로 더 만들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또 2006년 말 현재 301만7787곳의 중소기업(300인 미만) 가운데 10인 이상 고용 사업장에서 10%만 캠페인에 참여하더라고 일자리는 2만3천개 이상 늘어날 것이라는 게 이들의 판단이다.
하지만, 이들 단체의 목표가 과연 제대로 실현될지는 의문이다. 조석래 전경련 회장은 구체적 실행계획을 묻는 질문에 “각 기업들에게 권장하겠다”는 짤막한 대답만을 내놓았다. 조 회장은 대신 “돈은 겁쟁이다. 불안한 상황에서는 투자가 어렵다”며 “지금은 불안정한 정국이라, 포근하고 안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겉으로는 재계가 고통 분담에 나서겠다고 하면서도, 정작 최근의 혼란스런 정국의 책임을 촛불 집회와 노조 파업 탓으로 돌리며 정부에 대해선 규제완화 속도를 내도록 주문하는 속내를 드러낸 것이다. 실제로 경제 5단체장 공동 기자회견은 이날부터 코엑스에서 시작된 ‘제1회 지역투자 박람회’ 개막행사에 이명박 대통령이 참석하는 것에 때맞춰 급하게 준비된 것으로 알려졌다. 최우성 기자 morg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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