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판결’ 재계·학계 반응
“부실수사·봐주기판결로 변화 기대 못해”
‘후진적 지배구조 개선 전환점’ 한목소리
“부실수사·봐주기판결로 변화 기대 못해”
‘후진적 지배구조 개선 전환점’ 한목소리
16일 이건희 회장에 대한 법원 판결은 재계와 경제학계를 또한번 뚜렷하게 갈랐다. 하지만 삼성사건이 재벌의 후진적 지배구조를 개선하는 큰 전환점이 될 것이라는 전망과 기대에는 이견이 없었다.
한 대기업 고위임원은 “결과적으로 이 회장과 삼성은 에버랜드 전환사채 헐값발행과 관련해 아무 잘못이 없는데도 대국민사과를 하고 경영쇄신안을 내놓은 셈이어서 국민들로서는 황당하게 됐다”며 “법원 판결대로라면 이 회장은 당장 경영에 복귀하고, 구조본도 복원하는 게 맞지 않느냐”고 말했다. 그는 또 “법원 판결로 그동안 사회적 합의를 찾아가는 것 같던 기업지배구조 개선 문제가 다시 혼란스럽게 됐다”고 당혹해 했다. 김기원 방송통신대 교수(경제학)는 “특검의 부실수사에 이은 재판부의 봐주기 판결은 재벌체제 선진화에 전혀 도움이 안된다”며 “삼성사건을 계기로 아무래도 재벌들이 이전보다 부정에 대해 좀더 조심하겠지만, 실질적 변화를 기대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대기업 고위임원은 “삼성사건은 2003년 에스케이 분식회계사건, 2005년 두산 비자금 및 분식회계 사건, 2006년 현대·기아차 비자금사건의 연장선에서 봐야 한다”며 “한국 재벌체제의 변화에 있어 중요한 변곡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결국 이윤추구를 지상목적으로 비자금, 분식회계, 탈세, 차명거래, 로비 등과 같은 불법도 마다하지 않던 과거의 경영시스템이 40여년 만에 막을 내리고, 투명·윤리·책임경영을 토대로 한 새 경영시스템으로 바뀌는 전환점으로서 의미가 클 것”이라고 말했다.
한 4대그룹 계열사의 최고경영자는 “책임·투명경영의 확산, 재벌총수(오너)와 기업의 실질적 분리 등을 통해 한국경제와 기업이 한단계 발전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며 “4대그룹만 봐도 엘지, 에스케이 등 지배구조 개선을 먼저 한곳은 경영에만 전념하고 있지만, 삼성과 현대차는 최근 수년간 지배구조 문제에 계속 시달리지 않았느냐”고 말했다.
이동규 전 공정거래위원회 사무처장은 “재벌들의 지배구조 관련 사건으로는 삼성이 마지막이 되지 않겠느냐”며 “지주회사로의 전환과 같은 기업지배구조 틀의 개선과 함께 내부 운영과정에서의 변화도 중요하다”고 주문했다. 김상조 한성대 교수(경제학)는 “우리나라 재벌들의 지배구조가 역사적 유효성을 상실하고 지배구조 개선이 시대적 과제임을 누구도 부인하지 못할 것”이라면서도 “법원의 엄정한 처벌이 이뤄지지 못해 한국사회가 재벌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치러야 할 비용과 시간이 커지게 됐다”고 아쉬워했다.
한편 전경련은 “삼성과 관련된 사회적 논란이 해소되고, 기업인들이 경제살리기에 전념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되기를 기대한다”고 환영의 뜻을 밝혔다. 대한상의도 “삼성의 글로벌 경영과 기업인의 사기 진작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삼성은 정도경영에 더욱 힘을 쏟아 국민들로부터 신뢰받는 기업으로 거듭나고, 투자와 고용창출에 힘을 쏟아 침체된 우리 경제를 살리는 데 큰 역할을 해달라”고 주문했다.
곽정수 대기업전문기자 jskw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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