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사건 폭로에서 선고까지
뒷북 수사·증거인멸로 핵심 의혹 못밝혀
2007년 10월29일 김용철 변호사의 ‘고해’를 받은 천주교정의구현 전국사제단이 기자회견을 통해 “삼성이 차명계좌로 비자금을 운용했고, 김 변호사의 계좌에서도 비자금 50억원이 관리됐다”는 충격적인 내용을 쏟아냈다.
‘판도라의 상자’가 열렸지만 대부분의 언론은 침묵했고, 검찰은 고발이 들어와야 수사할 수 있다며 버텼다. 삼성은 김 변호사의 주장을 ‘배신자의 거짓말’로 몰았다. 결국 김 변호사는 삼성한테서 ‘떡값’을 받았다는 검찰 전·현직 수뇌부의 실명을 공개했다. 사제단 역시 4차례 기자회견을 더 열어 비자금 조성 방법, 고가 미술품 구입 의혹 등을 제기했다. 정치권에서도 ‘삼성비자금 특별검사법안’이 발의됐고, 검찰도 뒤늦게 수사방침을 밝히며 특별수사·감찰본부를 설치했다.
같은해 11월30일 검찰은 사제단의 첫 기자회견이 있은 지 한달을 넘겨서야 삼성증권 본사와 전산센터를 압수수색했다. 이건희 당시 회장 등은 출국금지됐다. 검찰은 “차명계좌 150개와 비자금으로 미술품을 구입한 정황을 확보”하는 선에서 마무리짓고 삼성 특검팀에 수사를 넘겼다.
조준웅 특별검사팀은 발족 직후인 지난 1월14~15일 이 전 회장의 집무실(승지원)과 자택, 삼성 본관, 핵심 임원들의 집을 전격 압수수색했다. 일주일 뒤에는 경기 용인 삼성에버랜드 근처 창고에서 미술품 수천점이 발견됐다. 김 변호사의 주장이 하나씩 사실로 드러나기 시작했다. 삼성은 계열사 컴퓨터 하드디스크를 폐기하는 등 조직적으로 증거를 인멸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와 이 전 회장의 부인 홍라희씨가 처음으로 수사기관에 소환된 데 이어 수사 막바지에 이르러서는 이 전 회장도 두 차례 특검팀에 소환돼 조사를 받았다.
그러나 특검팀은 결국 4월17일 계열사를 통한 비자금 조성과 정·관계 로비, 고가 미술품 구입 등 핵심 의혹을 밝혀내지 못하거나 무혐의 처리하며 이 전 회장 등을 불구속 기소하는 선에서 수사를 매듭짓고 사건을 법원으로 넘겨 심리가 진행돼 왔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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