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통 2인승 스포츠카 ‘스피라’를 만든 프로토자동차의 김한철 사장(오른쪽에서 세번째)과 직원들이 29일 오전 고양시 한국국제전시장에 전시된 자동차 앞에서 활짝 웃고 있다. 황석주 기자 stonepole@hani.co.kr
‘국산 슈퍼카’ 로 틈새 파고든다 직원 30여명이지만 당당한 완성차업체
시속 305km ‘스피라’ 서울모터쇼에 출시
수작업 장인정신으로 세계무대 누비는 꿈 29일 개막된 서울모터쇼에는 세계적인 명차와 새 차, 콘셉트카가 즐비한 가운데서도 중소업체가 내놓은 차 한 대가 눈길을 끌었다. 2인승 경주차(스포츠카)인 이 차는 배기량 4600cc급에 최고속도 시속 305㎞,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4.4초에 도달하는 가속 성능을 뽐낸다. 이 정도 성능이면 세계 유수의 스포츠카에 견줘서도 손색이 없다 ‘스피라’라는 이름을 지닌 이 차는 일반인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은 국내 유일의 스포츠카 전문업체 프로토자동차가 만든 것이다. 킨텍스 한쪽 구석에 마련된 전시 공간도 국내외 완성차업체 중에서는 가장 작은 30평 규모다. 쌍용·기아차 디자이너 출신의 김한철(43) 프로토자동차 사장은 “출품한 차만큼은 고성능 엔진과 독창적인 디자인, 첨단 설계가 접목된 미드십 슈퍼카”라고 소개했다. 그동안 국산 스포츠카는 엔진이 차 앞쪽에 놓인 앞바퀴굴림차였다. 미드십은 앞뒤 차축 중간에 엔진을 얹고 뒷바퀴를 굴리는 정통 스포츠카 방식이다. 뒷바퀴의 구동력으로 고출력 엔진의 성능을 마음껏 누릴수 있게 한 것이다. 김 사장은 “엔진과 변속기를 포드와 포르셰에서 들여오기는 하나, 나머지 부품들은 국내에서 조달해 독자적인 설계와 디자인, 조립 생산을 거친다”며 “국내 최초의 손작업 스포츠카 양산 모델인 셈”이라고 말했다. 프로토자동차의 본사와 공장은 경기 용인과 광주에 있다. 직원 수는 자동차업체의 전직 디자이너와 엔지니어 출신의 30여명에 불과하지만, 현대·기아·지엠대우·쌍용·르노삼성에 이어 지난 2003년 여섯번째로 등록된 엄연한 완성차업체다. 이 회사는 이탈리아를 중심으로 유럽에서 전문성을 갖춘 소규모 자동차공장인 ‘카로체리아’를 목표로 삼고 있다. 학창시절부터 자동차 디자인에 매료돼, 이탈리아 토리노 미술대학과 대학원 과정에서 자동차 디자인을 공부하고 돌아온 김 사장의 열정으로 1997년 회사가 세워졌다. 김 사장은 “소규모 부품업체와 디자인 업체들이 합심해 소량으로 주문생산하는 일은 외국에서는 흔한 일”이라고 말했다. 작업은 4명으로 이뤄진 한 짝이 일주일에 평균 2.3대를 만든다. 일일이 손작업을 거치기 때문에 한달 생산 능력은 30대에 불과하다고 한다.
앞 모양이 매의 눈 형상을 한 스피라는 9월부터 국내서도 시판될 예정이다. 프로토자동차는 올해 30대를 판매 목표로 잡고 있다. 가격대는 1억원 안팎. 비슷한 성능의 외국 스포츠카가 4억~6억원인 점에 견줘 가격 경쟁력에서 훨씬 앞선다. 김 사장은 “대량생산 체제인 대기업에서 하지 못하는 틈새시장을 겨냥한 것이어서 새 기술과 차종 개발에 주력한다면 승산이 있다”고 말했다. 홍대선 기자 hongd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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