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까지 ‘과장’ ‘걱정 너무해 걱정’
뒤늦게 긴급대책회의 소집 우왕좌왕
뒤늦게 긴급대책회의 소집 우왕좌왕
정부가 ‘9월 위기설’에 안이한 낙관론을 펴다가 긴급 금융상황 점검회의를 갑자기 앞당겨 소집하는 등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금융시장이 요동을 치는데도 1일 오전까지 청와대 정부 당국자들의 사태 인식은 안이하게 보였다. 정정길 대통령실장은 경제 위기의 실체보다는 심리적 측면을 강조하고 나섰다. 정 실장은 이날 오전 총리 공관에서 열린 고위당정협의에서 “경제는 주관적이고 심리적인 측면이 너무 강하기 때문에 모두가 나서서 위기라고 하면 70~80% 위기가 100%로 갈 수 있다. 그런 부분이 사실은 좀더 걱정이 된다”고 말했다. 정 실장은 이날 “(위기설과 관련해) 정부에서 낙관론을 펴는 게 아니냐고 걱정을 하고, 너무 안이하지 않느냐 생각하는 분들이 많다”며 “너무 걱정을 많이 해서 오히려 극복하지 못하는 단계로 넘어갈까봐 걱정”이라고 말했다.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의 인식 또한 크게 다르지 않았다. 강 장관은 이날 국회 기획재정부 업무현안 보고에서, 9월 위기설과 관련한 질문을 받자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그러면서 “경제 규모가 늘어나면서 채권·채무 규모도 늘어나고 있는데, 외국 은행들이 보유한 차입 금액을 고려하면 위기 관련 예측은 과장된 것”이라고 말했다.
강 장관은 최근 환율 급등과 관련해서 “그동안 경제 상황으로 보면 원화가 평가절하(환율상승)됐어야 하는데 거꾸로 환율이 절상됐던 측면이 있기 때문에, 당시 눌려 있던 환율이 상당히 올라간 것”이라며“거기에 고유가가 겹쳐서 물가 급등을 우려해 정부가 시장에 개입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물가에 압박만 주지 않는다면 환율 상승은 큰 문제가 아니라는 얘기로 들린다.
그러나 정부는 이날 오후 외환시장과 주식시장이 거래를 마친 뒤 긴급 상황점검과 대응방안 마련에 나서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기획재정부가 예정보다 하루 앞당겨 2일 정부 과천청사에서 ‘경제금융상황점검회의’를 열기로 했다. 또 전광우 금융위원장이 이날 간부회의에서 “금융시장 모니터링 강화을 강화하고 금융위기의 시나리오별 대응 전략를 더 정교하게 마련하라”고 주문해, 금융시장 불안에 대한 긴장감을 반영했다.이유주현 조혜정 기자 edig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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