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운용 방향 수정 불가피
적자규모 커지면 대외신인도 악영향
‘감세’ 손대거나 ‘재정지출’ 졸라매야
적자규모 커지면 대외신인도 악영향
‘감세’ 손대거나 ‘재정지출’ 졸라매야
경기 흐름이 심상치 않자 정부도 내년 재정 지출을 예산안보다 늘려야 하는 것 아니냐는 쪽으로 기울고 있다. 경기후퇴에 따른 실업 증가와 소득 정체, 고금리에 따른 이자 부담 등으로 가계의 소비여력이 떨어지고, 기업들도 투자에 소극적이면 정부가 지출을 늘리는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문제는 정부가 대규모 감세를 하기로 한데다, 정부 전망보다 세수가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세수는 놔두고 지출만 늘리면 가뜩이나 적잖은 규모인 재정적자가 더 커지게 된다. 더 큰 문제는 정부가 내년에 예상하고 있는 세수조차 확보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정부는 내년에 13조원 규모의 감세를 한다는 계획을 갖고 관련 세법 개정안을 국회에 내놓은 상태다. 과표 2억원 이상 기업에 법인세율 인하가 확대 적용되고, 개인 소득세율도 낮추는 것이 뼈대다. 이런 대규모 감세를 해도, 내년 세금이 올해보다 12조7천억원 더 늘어난다고 정부는 주장하고 있다. 내년 실질 경제성장률이 5%라고 가정한 까닭이다. 하지만 성장률이 3%대로 떨어지면 3조원 가량 세수가 줄게 된다. 게다가 정부가 보유한 기업 지분을 팔아 21조5천억원을 마련한다는 계획도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렇게 되면 내년 재정적자 규모는 정부가 예상한 11조원보다 훨씬 커질 수밖에 없다. 만약 재정지출까지 늘리면 적자폭은 더 커진다.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7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경제상황이 급변했는데 감세폭과 재정지출 가운데 어느 것을 줄일 것이냐”는 김광림 의원(한나라당)의 질문에 “세입은 (감세를 통해) 세입대로 줄이고, 지출이 꼭 필요하면 적자를 늘려서라도 하는 방향을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규모 감세정책이 첫발부터 1980년대 미국에서처럼 대규모 재정적자로 이어지게 되는 것이다.
재정적자 확대가 내년 한 해에 그친다면 크게 문제가 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정부의 감세계획은 앞으로 경제성장률이 계속 높아져 2012년에는 7%에 이른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 ‘기적’ 같은 성장률 증가가 현실화되지 않으면, 세수는 기대에 못미칠 것이고 재정 건전성은 급격히 훼손된다.
경기가 나쁜 상황에서 한정된 재원을 ‘지출 확대’ 방식으로 쓸 것인지, ‘감세’에 쓸 것인지 논란도 다시 일 수밖에 없다. 단기적인 경기부양 효과는 재정지출 쪽이 훨씬 크다. 탄력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 여지도 넓다.
조동철 한국개발연구원(KDI) 거시금융경제 연구부장은 “경기 흐름에 관계없이 우리나라는 사회안전망의 제도적 확충이 더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남구 기자 jeje@hani.co.kr
정남구 기자 je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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