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경제 경제일반

한은 금리인하, 환율-외환위기 안전판 의문

등록 2008-10-13 15:04

김광수경제연구소의 ‘진단&전망’
외국인 이탈 막는 게 급선무인데 또 헛발질
금리 인하→주가 상승 기대는 위험한 착각
지난주 미국 등 주요국들이 일제히 긴급 금리인하를 단행했다. 정책적으로 옳든 그르든, 효과가 있든 없든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다 동원하고 있다. 논리적으로 따지면 은행과 증권사 및 펀드로부터 대규모 자금이탈이 일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금리인하는 명백한 방향착오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이를 모를 리 없다. 단지 각국 정부가 신용공황에 단호히 대처하겠다는 의지를 시장에 전달하기 위해서일 뿐이다.

은행 등 금융기관에 돈이 많이 있으나 위험이 커 기업이나 가계에 대출을 꺼려 발생하는 신용경색의 경우에는 금리인하가 효과가 있다. 그러나 예금자들과 투자자들이 은행과 증권사와 펀드를 믿지 못해 돈을 빼가는 신용공황 상황에서 금리를 인하하는 것은 헛발질이라고 할 수 있다. 더 돈을 빼가라는 꼴이기 때문이다. 이미 그 결과는 금리인하 공조 직후 세계 증시의 폭락으로 나타나고 있다.

미 연준 이사회 벤 버냉키 의장은 최근 리먼브러더스를 구제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너무나 거액의 공적자금 투입이 필요했을 뿐만 아니라 담보마저도 크게 부족한 상태였다고 말했다. 달리 해석해보면 일개 글로벌 금융기관의 부실조차 감당하기 어려웠다는 말이 된다. 또는 연준이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리먼브러더스의 부실 규모가 엄청나게 컸다는 말이 되기도 한다. 바로 이것이 미국 금융기관으로부터 자금인출이 일어나는 배경이다.

금리를 내린다고 주가가 올라갈 것이라고 생각하면 착각이다. 주가 하락은 미국 부동산 버블 붕괴와 경기침체를 반영한 장기적 조정 현상이다. 부동산 버블 붕괴와 그로 인한 주가 하락을 막기 위해 금리를 내리면 혼란이 오히려 깊어질 뿐이다. 다만 현실적으로는 지금 실물경제가 급속히 침체로 빠져드는 상황에서 금리를 올리기는 어려우므로 동결하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었다. 금리인하보다는 우리 연구소 주장처럼 공적자금 투입으로 부실은행을 국유화하고 예금 전액보호를 먼저 해야 했다.

한국은행도 미국과 유럽 등의 긴급 금리인하 공조에 동조해 한국은행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내렸다. 필요에 따라서는 추가로 금리를 내리겠다고 말했다. 한 마디로 어이가 없다. 지금 한국경제가 직면한 가장 화급한 문제는 원-달러 환율 폭등과 외환위기 차단이다. 이런 마당에 금리인하는 외국인 투자자들을 더 빠져나가게 하고 수출기업들에는 달러를 팔지 말며 투기자들에게는 환투기를 더 하라고 부추기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한국은행이 오히려 환율 폭등을 부채질하는 꼴인 것이다.

민간 은행부문의 단기 외화차입 규모가 1300억달러를 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현 정부가 2400억달러의 외환보유고로 시장개입을 하여 과연 얼마나 환율을 안정시킬 수 있으며 얼마 동안 버틸 수 있을까? 금리라도 더 준다고 해야 빠져나가려는 돈들이 그나마 머물지 않겠는가?

덴마크는 지난주 정책금리를 현행의 연 4.6%에서 0.4%포인트 올려 연 5%로 상향 조정했다. 덴마크도 부동산 버블이 극심하였는데 올 들어 붕괴되기 시작했고, 덴마크 국내은행 부실에 대한 불안도 가중되기 시작했다. 외국 투기자금들이 급속히 이탈하기 시작해 크로네화도 8월 초의 달러당 4.6크로네에서 최근 5.5크로네까지 폭등을 계속하고 있다. 이에 덴마크 중앙은행은 시장개입에 이어 금리인상을 단행하게 된 것이다.

우리 연구소는 7월에 한국은행이 금리를 0.25%포인트씩 연속으로 올려 연 5.5~6%까지 올릴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더 심각한 상황에 이르기 전에 빨리 부동산시장을 하향 조정해야 하며, 물가 폭등을 막아야 하고, 원-달러 환율 폭등을 억제해야만 경제가 안정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은 8월에 0.25%포인트 기준금리를 올렸지만 그 뒤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의 맹렬한 반대에 부딪혀 금리를 동결하고 말았다. 그 결과 지금처럼 환율 폭등과 외환위기를 맞이하고 있다. 거기에 또다시 헛발질을 해대니 경제가 온전하기를 바라는가? 김광수 소장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경제 많이 보는 기사

음식점 폐업률 전국 1위는 이 도시…집값도 급락 직격탄 1.

음식점 폐업률 전국 1위는 이 도시…집값도 급락 직격탄

“그리 애썼던 식당 문 닫는 데 단 몇 분…” 폐업률 19년 만에 최고 2.

“그리 애썼던 식당 문 닫는 데 단 몇 분…” 폐업률 19년 만에 최고

90살까지 실손보험 가입 가능해진다…110살까지 보장 3.

90살까지 실손보험 가입 가능해진다…110살까지 보장

오세훈발 ‘토허제 해제’ 기대감…서울 아파트 또 오르나요? [집문집답] 4.

오세훈발 ‘토허제 해제’ 기대감…서울 아파트 또 오르나요? [집문집답]

한화 김동선, ‘급식업 2위’ 아워홈 인수한다 5.

한화 김동선, ‘급식업 2위’ 아워홈 인수한다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