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주회사체제의 삼성그룹 지배구조 예상
시민단체 “이재용 모든 계열사 지배가능”
삼성 “실제 완화효과 없어 개악” 정부 공격
삼성 “실제 완화효과 없어 개악” 정부 공격
이명박 정부의 금융-산업자본 분리정책 완화안에 대해 시민사회단체들은 ‘삼성 봐주기’라고 비판하는 반면 삼성은 오히려 이전보다 ‘개악됐다’며 불만이다. 초점은 보험·증권 지주회사에 대한 규제완화다. ‘삼성은행’ 탄생 가능성도 관심사지만, 당장의 관심은 삼성의 지주회사 전환 여부에 더 쏠려 있기 때문이다. 삼성이 지난 4월22일 경영쇄신안 발표 때 은행업 진출 포기선언을 한데다, 삼성생명의 상장이 이뤄지면 지주회사체제로 전환이 자연스럽게 이뤄지게 된다.
시민사회단체들은 비은행 금융지주회사 밑에 금융자회사는 물론 일반(제조업) 자회사까지 둘 수 있도록 허용한 것은 금융-비금융 복합그룹 형태인 현 재벌체제를 그대로 인정해주는 것이라고 우려한다. 김진방 참여연대 시민경제위원장은 “삼성생명이 상장되면 지주회사체제로 전환이 예상되는데, 현재는 이재용-에버랜드-삼성생명-삼성전자로 이어지는 지배구조가 유지될 수 없지만 개정안대로 가면 재용씨가 모든 삼성 계열사를 지배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된다”고 지적했다. 금융위도 이를 감안해 보험자회사 밑에는 일반(제조) 손자회사를 둘 수 없도록 제한했지만 부작용을 막기는 역부족이라는 지적도 많다. 당장 현행법상 보험사는 자회사가 아닌 일반 계열사 주식을 최대주주가 아닌 경우 15% 미만까지 보유할 수 있다. 결국 삼성은 에버랜드(지주회사)→생명(금융자회사)→전자(일반 투자회사)로 이어지는 방식으로, 현 지배구조를 그대로 유지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정작 삼성은 생명 상장을 염두에 두고 보험자회사 밑에 일반 손자회사를 허용하는 것으로 기대했었다며, 자신들에게는 실익이 전혀 없고 오히려 개악이라고 말한다. 실제 삼성이 지주회사체제로 전환하면서 현 지배구조를 유지하려면, 생명이 갖고 있는 전자의 지분 7.21%를 제2주주인 삼성물산(4.02%)보다 낮춰야 한다. 삼성생명의 한 임원은 “규제완화를 한다고 해서 기대했는데 실망”이라면서 “생명이 갖고 있는 전자 주식 1%만 다른 계열사에 넘기려 해도 1조 정도가 필요한데, 누가 이런 돈이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금융위 간부도 “삼성이 ‘규제완화를 한다더니 소리만 요란하고, 실제 완화효과는 거의 없다’고 정부를 공격하고 있어, 앞으로 법개정 과정에서 어떤 변화가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금산분리 완화안은 삼성에게 선택의 폭을 넓혀줬다는 게 일반적 분석이다. 당장 증권자회사가 일반 손자회사를 가질 수 있는 것이 주목거리다. 현재 삼성증권은 호텔신라, 삼성테크윈, 에스원의 지분을 갖고 있다. 삼성증권은 앞으로 다른 삼성 계열사들의 지분을 30%(비상장사 기준) 이상 자유롭게 가질 수 있다. 또 다른 프리미엄은 이들 손자회사에 대해서는 공정거래법상 15%로 묶여있는 금융자회사의 손자회사에 대한 의결권 제한이 배제된다. 비은행 금융지주회사로 전환을 원할 경우 자회사 최저지분 보유(30~50%)나 순환출자 금지 등의 의무조항 이행을 최대 7년 유예해주는 것도 시빗거리다. 하지만 금융위의 김주현 금융정책국장은 “공정거래법이 순환출자 해소, 금융-비금융 분리 등 재벌 지배구조 개선에 한계를 보여줬다”면서 “삼성이 지주회사체제로 전환하면 최소한 지금보다는 나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곽정수 대기업전문기자jskw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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