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일 낮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 국제회의실에서 이희범 산업자원부 장관이 ‘경제혁신과 경쟁력 제고를 위한 정부와 기업의 역할’이라는 주제로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현장 간부들과 간담회를 열어 토론을 벌이고 있다. 황석주 기자 stonepole@hani.co.kr
이희범 산자와 토론회 “원료 값은 치솟고 있는데, 대기업들은 납품 단가에 전혀 반영해 주지 않는다.”(동원프라스틱) “미래 기술과제를 심도 있게 심의할 수 있도록 정부도 전문성을 갖춰야 한다.”(만도) 4일 낮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 국제회의실. 이날 이희범 산업자원부 장관 주재로 열린 ‘동반성장을 통한 선진산업강국 실현’이란 주제의 토론회에서는 일선 기업의 30, 40대 실무급 과·부장들이 대거 참석해 기업들이 처한 현실적인 어려움과 정부정책의 실효성을 따지며 각종 건의 사항을 무더기로 쏟아냈다. 중소·벤처기업들은 수입 부품에 의존하는 대기업의 구매관행과 납품단가 문제를 집중적으로 제기했다. 유형식 동원플라스틱 이사대우는 “지난해보다 폴리에스테르 소재 가격이 50%나 올랐는데도 대기업은 물론 관급 공사에도 반영되지 않고 있는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어떤 사람들은 납품을 거부하면 되지 않느냐고 하지만 현실을 모르는 소리”라고 덧붙였다. “대기업 납품단가 횡포”
“정부 통상대응력 이흡”
이장관 “정책 적극 반영”
대기업들의 국외 공장이전에 따른 산업공동화 문제도 도마에 올랐다. 30년 동안 가전부품을 만들어온 에스피일레멕의 김갑성 이사는 “핵심부품을 일본에서 들여온 대기업들이 수입선을 중국으로까지 넓히면서 중소기업의 공동화 현상은 더욱 심해지고 있다”며 “대기업과 동반진출한 중소기업들조차 투자 회수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실정”이라고 전했다. 갈수록 글로벌화 되어가는 시대 흐름에 맞춰 정부 구실의 변화를 주문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박광식 현대자동차 부장은 “특히 경제를 현실적으로 이끌고 있는 산자부의 조직과 인력을 보면 자유무역협정 등의 통상문제에 대한 대응력이 미흡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며 “통상 조직과 산업별 대응 체제를 지금보다 더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기업들은 또 ‘중소기업을 살려야 한다’는 주장의 허구성을 꼬집고, 중소기업의 전문화와 차별화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강홍기 현대모비스 부장은 “동반성장은 대기업의 파이를 잘라서 중소기업에 주는 것이 아니라 생산기술 능력을 키워 부품 국산화를 이루고 신시장 개척을 통해 전체적으로 시장 규모를 키우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며 “막연히 중소기업을 살려야 한다는 말은 후진국 용어”라고 질책했다. 이날 토론회는 경제 혁신과 경쟁력 제고를 위한 정부와 기업의 역할이 무엇인가를 모색하는 취지의 자리였으나, 참석자들은 기업의 현실적인 문제를 올려놓고 열띤 토론을 벌였다. 그동안 정부가 경제단체나 기업의 최고경영자들을 초청해 의견을 듣는 의례적인 대화 자리에서 벗어나, 일선에서 실무를 맡고 있는 기업의 젊은 인재들의 얘기를 귀담아 듣고 정책에 반영하려는 태도도 돋보였다. 이희범 장관은 “기업의 중견 간부들과의 모임은 처음 시도된 것인데도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사항이 논의돼 만족스럽다”며 “정책에 반영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홍대선 기자 hongd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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