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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시장규제 반대, 내가 실수했다”

등록 2008-10-24 19:19수정 2008-10-24 23:38

‘20년 경제대통령’ 그린스펀의 반성문
“은행 등 금융기관이 주주와 자산을 보호할 능력을 갖고 있다고 여겼다. 내가 실수했다.(I made a mistake.)”

앨런 그린스펀(82) 전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 의장이 23일(현지시각) 미국 하원 ‘감독과 정부개혁 위원회’ 청문회에 증인으로 나와 의원들의 질타를 받으며 시장에 모든 것을 맡겼던 자신의 경제이념에 결함이 있었다고 시인했다. 18년(1987~2006년) 동안 연준 의장으로 재임하면서 ‘마에스트로’(거장), ‘경제계의 현자’라는 칭송까지 받았던 자유시장주의 전도사의 뒤늦은 참회다.

이날 청문회는 ‘미국 경제의 연금술사’에서 ‘금융위기의 공범’으로 전락한 그린스펀의 초라한 처지를 웅변하는 듯했다. 헨리 왝스먼(민주당) 위원장이 “당신의 세계관과 신념이 틀렸고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것이냐”고 따져묻자, 그린스펀은 “그렇다. 40여년 동안 나의 경제이론이 아주 매우 잘 작동한다는 상당한 증거가 있었기에 충격을 받았다”고 답했다고 <뉴욕 타임스> 등이 전했다. 그는 “(내 이론의) 결함을 발견했고, 그 때문에 매우 곤혹스럽다”고 말했다. 또 “지금 위기는 100년에 한 번 나타날 신용 쓰나미”라며 “실업 증가와 집값 불안정으로 사정은 더 나빠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린스펀은 파생상품 규제에 반대했던 자신의 ‘정책적 오류’를 인정했다. 수조달러 규모의 신용디폴트스와프 시장을 다시 규제할 필요가 있다는 데도 동의했다. 또 “최근 5년새 주택경기 활황이 거품으로 바뀌어 경제를 해칠 수 있다는 지적을 부인한 것도 내 잘못”이라며 “집값이 안정될 때까지 정부가 금융시장을 지원하는 것은 올바른 조처”라고 평가했다. 일체의 규제와 정부의 시장개입을 반대해온 과거 태도에 견줘 보면 ‘사상 전향’에 가까울 정도다.

다만 ‘책임론’에 대해선 적극 반박했다. 그린스펀은 2005년 위험이 과소평가됐다고 공개경고한 바 있지만, 2007년부터 금융시스템을 휩쓸기 시작한 위기는 전혀 예상치 못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모기지 관련 상품에 대한 투자은행들의 과잉수요가 없었다면, 금융위기의 원천인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과 디폴트(지급불능)도 훨씬 적었을 것”이라며 월가에 책임을 떠넘겼다.

그린스펀은 부적절한 전산 데이터도 금융위기의 한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첨단 컴퓨터 테크놀로지가 금융시장 위험관리의 좋은 도구라며 신뢰를 보였던 과거와는 대조적인 태도였다. 그는 “위기관리 모델이 역사적으로 긴박했던 시기의 데이터를 포함해 설계됐다면, 자본충당 요건이 한층 강화됐을 것이고 금융 시스템도 지금보다는 훨씬 나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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