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긴급 대책 ‘내맘대로’ 안되는 시장
증시 막판반등도 연기금 투입탓 분석
“외부상황 악화가 큰 영향 주기 때문”
“정부능력 불신이 정책효과 반감” 지적도
증시 막판반등도 연기금 투입탓 분석
“외부상황 악화가 큰 영향 주기 때문”
“정부능력 불신이 정책효과 반감” 지적도
정부가 시장 안정을 위한 긴급대책을 내놓을 때마다 금융시장은 잠시 숨고르기를 하는 듯하다가 더 큰 폭으로 등락을 반복한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0.75%포인트나 낮추는 등 비상대책을 내놓은 27일에도 시장 반응은 크게 다를 게 없었다. 코스피지수는 소폭 상승 반전했지만, 큰 의미를 두기 어렵다. 환율은 상승세가 이어졌다.
전문가들은 국제 금융시장의 혼란과 세계경제 침체라는 ‘외부상황 악화’가 우리 경제에 워낙 큰 영향을 주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이미 우리 홀로 풀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와 함께 정부가 내놓는 낙관적인 전망과는 달리 사태가 계속 나빠지면서 시장 참가자들이 정부의 대처 능력을 불신하는 것이 정책 효과를 반감시키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새 대책이 나올 때마다 투자자들이 더욱 나빠진 실상을 뒤늦게 알게 되는 측면도 있다.
■ 기준금리 대폭 인하에도 시장 무덤덤
한은이 임시 금융통화위원회를 열어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내리고 은행채를 매입하기로 결정한 이날 코스피지수는 900선이 장중 두 차례나 무너졌다. 세계 금융시장의 혼란이 수습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실물경제 침체 우려로 아시아 증시가 폭락하는 상황에서 우리 증시의 투자심리가 호전되기를 기대하기는 무리였다. 외국인들은 3266억원어치를 순매도했고, 하한가 종목은 564개에 이르렀다. 원-달러 환율도 18원 오르며 1440원대로 뛰어올랐다.
증시 분석가들은 코스피지수가 지난 주말보다 7.7 오른 상태로 마감한 것은 의미가 없다고 말한다. 김학주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오늘 조처가 장기적으론 긍정적일 수 있으나, 단기적으론 영향을 주지 못할 것”이라며, “코스피지수 상승도 연기금이 장 끝에 공격적으로 주식을 사들여 끌어올린 것이라 의미를 두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한편에서는 정부 대책이 효과가 있는 것처럼 보이려고 연기금이 동원됐다면, 오히려 투자자들의 불신만 키우는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한다. 최근 주식 순매수를 이어가며 지수를 떠받치고 있는 연기금은 이날 무려 5397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 정부 대응능력 불신이 효과 반감
정부 대책이 발표된 뒤 시장이 더 크게 흔들리는 일은 쉼없이 반복되었다. 지난 9월26일 중소기업의 수출환 어음 매입을 위해 정부가 외국환평형기금에서 100억달러를 외화 스와프 시장에 공급하기로 했지만, 이날 코스피지수는 25.30(-1.68%) 떨어졌고, 환율도 7.5원이 오른 1161.4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특히 지난 6일 정부가 은행장들을 긴급 소집해 은행의 자구노력을 강조하며 은행이 가진 외화자산 등을 처분하라고 당부했을 때는 환율은 45.5원이 오른 1269.0원을 기록했고, 코스피지수도 무려 60.90(-4.29%) 떨어졌다. 시장 참가자들이 ‘정부가 얼마나 급했으면 이러겠느냐’고 의심했기 때문이었다. 다음날인 7일에도 환율은 59.1원이나 폭등했다. 지난 19일 정부가 은행의 외화차입에 대한 지급보증을 발표하자 다음날 주가가 반등하고 환율도 떨어졌지만, 실제 외화 차입금 만기연장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자 상황은 다시 뒤집혔다. 코스피지수는 21일부터 24일까지 나흘 사이에 257.35나 떨어지면서 900대 초반으로 밀려났고, 환율도 5거래일 연속 상승세를 기록하며 27일에는 1442.5원까지 치솟았다. 그사이에 정부와 한은은 건설사 유동성 지원 방안(21일)과 총액한도대출 6.5조원에서 9조원으로 증액(23일), 증권 금융에 2조원 지원(24일), 기준금리 0.75%포인트 인하(27일) 등의 대책을 잇달아 내놓았다. 그러나 금융불안을 잠재우는 데는 실패했다. 박종현 우리투자증권 센터장은 “오늘 조처를 빼고, 지금까지 정부가 내놓은 조처는 시장 기대보다 항상 미약했다”며 “정부는 대책을 내놓으면서 앞으로 괜찮아질 거라고 했는데, 실제 시장이 반대로 움직이자 정부 능력이나 의지에 대한 불신감이 커졌다”고 말했다. 정남구 김수헌 김경락 기자 jeje@hani.co.kr [한겨레 관련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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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증권선물거래소에 설치된 모니터가 27일 오후 코스피 지수가 한때 900선이 무너진 뒤 946.45포인트로 마감된 상황을 보여주고 있다. 김종수 기자 jongsoo@hani.co.kr
정부 대책이 발표된 뒤 시장이 더 크게 흔들리는 일은 쉼없이 반복되었다. 지난 9월26일 중소기업의 수출환 어음 매입을 위해 정부가 외국환평형기금에서 100억달러를 외화 스와프 시장에 공급하기로 했지만, 이날 코스피지수는 25.30(-1.68%) 떨어졌고, 환율도 7.5원이 오른 1161.4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특히 지난 6일 정부가 은행장들을 긴급 소집해 은행의 자구노력을 강조하며 은행이 가진 외화자산 등을 처분하라고 당부했을 때는 환율은 45.5원이 오른 1269.0원을 기록했고, 코스피지수도 무려 60.90(-4.29%) 떨어졌다. 시장 참가자들이 ‘정부가 얼마나 급했으면 이러겠느냐’고 의심했기 때문이었다. 다음날인 7일에도 환율은 59.1원이나 폭등했다. 지난 19일 정부가 은행의 외화차입에 대한 지급보증을 발표하자 다음날 주가가 반등하고 환율도 떨어졌지만, 실제 외화 차입금 만기연장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자 상황은 다시 뒤집혔다. 코스피지수는 21일부터 24일까지 나흘 사이에 257.35나 떨어지면서 900대 초반으로 밀려났고, 환율도 5거래일 연속 상승세를 기록하며 27일에는 1442.5원까지 치솟았다. 그사이에 정부와 한은은 건설사 유동성 지원 방안(21일)과 총액한도대출 6.5조원에서 9조원으로 증액(23일), 증권 금융에 2조원 지원(24일), 기준금리 0.75%포인트 인하(27일) 등의 대책을 잇달아 내놓았다. 그러나 금융불안을 잠재우는 데는 실패했다. 박종현 우리투자증권 센터장은 “오늘 조처를 빼고, 지금까지 정부가 내놓은 조처는 시장 기대보다 항상 미약했다”며 “정부는 대책을 내놓으면서 앞으로 괜찮아질 거라고 했는데, 실제 시장이 반대로 움직이자 정부 능력이나 의지에 대한 불신감이 커졌다”고 말했다. 정남구 김수헌 김경락 기자 jeje@hani.co.kr [한겨레 관련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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