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앤 계열사·대출금융기관 주식 줄줄이 하한가
“워크아웃은 옵션 중 하나” 해명…연쇄도산 우려
“워크아웃은 옵션 중 하나” 해명…연쇄도산 우려
29일 국내 증시가 지수의 하루 변동폭이 최대 157.98에 이를 정도로 롤러코스터 장세를 연출한 것은 시앤(C&)그룹의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설 때문이었다. 이 소식으로 증시엔 또다른 중견 기업들의 부실 노출 가능성과 이에 따른 채권 금융회사들의 연쇄 부실 우려가 급격하게 번졌다.
시앤그룹은 1990년 설립된 칠산해운(현 시앤상선)을 모태로 하고 있다. 2002년 세양선박(현 시앤상선), 2004년엔 한강유람선 사업자인 한리버랜드(시앤한강랜드)를 인수해 덩치를 키웠다. 이듬해엔 우방(시앤우방)을 인수해 부동산 시장에도 진출했으며 지난해엔 중공업·조선 분야에도 뛰어들었다.
시앤그룹 유동성 위기설은 사실 올해 초부터 있었다. 과도한 인수·합병(M&A)을 통한 몸집 불리기에다 돈이 많이 들어가는 조선업까지 진출하면서 자금 압박설이 흘러나왔다. 특히 지난달부터 신용경색 현상이 본격화되면서 시앤 위기설은 언제든지 터져나올 악재 중 하나로 꼽혔다. 이런 와중에 시앤그룹이 이날 공시를 통해 “유동성 위기 극복을 위한 여러 방안 중 하나로 채권금융기관 공동관리에 대해 검토했다”고 밝히면서 투자자들의 심리를 빠르게 냉각시켰다.
실제 시앤그룹의 공시에 따라 시앤상선, 시앤중공업, 시앤우방 등 주요 계열사 주가는 물론 케이비(KB)금융, 우리금융, 하나금융, 신한지주, 외환은행까지 모두 하한가를 쳤다. 시앤에 돈을 빌려준 은행의 부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불안감 때문이다. 물론 전체 대출 규모(약 7천억원, 시중은행 기준) 자체가 그리 크지 않고 대출 대부분도 예금 등 자산을 담보로 잡고 있어서 위험하지 않다고 각 은행들이 적극 해명에 나섰지만, 불안심리를 잠재우기엔 역부족이었다.
일단 금융계에선 시앤이 워크아웃에 들어갈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지난달부터 시앤 쪽이 연체 이자를 포함해 대출금 상환을 하지 못하고 있는 등 자금 사정이 갈수록 나빠진 탓이다. 실제 시앤에 빌려준 돈이 가장 많은 우리은행(2274억원)과 농협(1586억원) 등은 이날부터 시앤 회생 가능성을 타진하기 위해 협의를 시작했다. 나머지 외환은행(441억원), 신한은행(439억원), 국민은행(24억원) 등도 담보비율 등에 따른 처리 방안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시앤그룹의 한 임원은 “워크아웃은 그룹 정상화를 위한 여러가지 옵션의 하나일 뿐”이라며 “내부 검토를 한 결과 1천억원 정도만 (금융권에서) 추가 지원되면 시앤중공업을 제 궤도에 올릴 수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시앤 위기가 단발성 악재가 아니라는 데 있다. 성진경 대신증권 시장전략팀장은 “시앤 주력 계열사들은 업황이 악화하고 있는 조선(시앤중공업)·해운(시앤상선)·건설(시앤우방) 부문 아니냐”며 “불안해 보이던 부문에서 실제 위기까지 터진 만큼 증시 불안 심리는 좀처럼 가라앉기 힘들어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신용위기가 단시일 안에 해소되기 어렵고 경기까지 침체에 빠지면서 한계 기업들이 잇달아 도산하게 되면 상황은 걷잡을 수 없는 국면으로 접어들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경락 기자 sp9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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