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화스와프 거래 어떻게
FRB 정책따라 ‘한은 운신폭’ 줄어
FRB 정책따라 ‘한은 운신폭’ 줄어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우리나라에 대해 통화스와프 창구를 열어주면 원화의 국제 위상이 크게 높아지게 된다. 간단히 말해, 스와프 계약 금액만큼 우리나라 원화가 국제 금융시장에선 달러화로 인정받게 되는 것이나 다름없다. 하지만 위험도 뒤따른다. 앞으로 원화가치의 변동성은 외환시장뿐만 아니라 미국 연준과 한국은행의 스와프거래 결과에도 영향을 받게 된다. 자칫 연준의 통화정책에 따라 한은의 운신 폭이 좁아지는 상황이 빚어질 수도 있다.
영향을 끼치는 구조는 이렇다. 스와프 창구가 열린 다음부터 한은은 필요할 경우 연준한테 달러를 빌리고 대신 계약환율로 원화를 빌려줘서 일정 기간이 지난 다음에 다시 달러를 돌려주고 원화는 그대로 받게 된다. 이때 연준은 달러에 대한 이자로 런던은행간 적용금리인 ‘리보’를 적용하고, 한은은 또다른 국제환시장 금리인 통화스와프금리(CRS)를 받게 된다. 현재 국내 은행들이 외환스와프 시장에서 받는 통화스와프 금리는 0%에 가깝다. 국내 은행들은 달러를 빌리면서 리보금리만큼 대가를 지급해야 하는데, 원화를 빌려주는 데 대한 대가는 거의 받지 못하는 셈이다. 앞으로 이런 불리한 게임이 한은에도 강요될 수 있다. 그래서 캐나다 등 이미 미국과 통화스와프 계약을 맺은 다른 나라들도 쉽게 연준에 스와프 요청을 하지 않는다.
그래도 돌발적인 달러 부족 사태에 대응하는 데는 미국과의 통화스와프 계약이 가장 유리한 장치다. 지금까지 외화 부족 국가들은 최후의 순간 국제통화기금(IMF)에 기대 왔다. 하지만 국제통화기금의 구제금융은 재정수지 등 여러 거시정책 운용에 제약을 받는 조건이 붙는다는 점에서 치명적인 문제가 있다.
앞서 미 연준은 지난달 29일 세계 금융시장에서 달러 유동성 부족을 막기 위해 유럽중앙은행(ECB)과 캐나다, 영국, 일본, 오스트레일리아 등 8개 나라의 중앙은행들과 공조해 통화스와프 한도를 6200억달러로 종전보다 3300억달러 확대하는 조처를 취한 바 있다. 가장 최근에는 지난 28일 뉴질랜드에 160억달러 규모의 통화스와프 계약을 설정했다. 우리나라는 중국 등 신흥 13개국과 함께 미국이 참가하는 주요국 통화스와프 협정에 포함되도록 하는 외교 노력을 해 왔다. 정부는 미국과의 양자 통화스와프 계약과는 별개로, 주요·신흥 20개국(G20)과 협정을 계속 추진할 계획이다. 정남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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