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당 반품에 ‘10년 전 가격’ 강요…공정위 ‘종합대책’ 무색
대형 유통업체들이 납품업체들에게 부당 판촉행사나 반품 같은 불공정거래행위를 여전히 강요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따라 대형 유통업체들의 이같은 횡포를 막기 위해 지난해 11월 공정거래위원회가 마련한 ‘공정한 유통거래 질서 확립 종합대책’이 효과가 없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정위는 2일 백화점, 대형마트, 인터넷쇼핑몰, 홈쇼핑, 편의점, 대형서점 등의 대형 유통업체들과 거래하는 1233개 납품업체들을 상대로 서면 실태조사를 실시한 결과, 판촉 관련 부당강요와 부당반품, 수수료 부당인상, 배타적 거래관계 요구, 서면계약서 미교부, 수시장려금 요구 등 불공정거래행위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조사결과를 보면 판촉행사를 하면서 서면약정을 맺지 않은 경우가 24.6%에 이르렀고 염가 납품 및 사은품 제공 강요가 있었다는 답변도 15.2%에 이르렀다. 판촉사원을 파견한 484개 업체 가운데 21%는 대형 유통업체의 강요에 의해 파견했다고 답변했다. 대형 유통업체가 직접 관리하는 직원의 인건비를 납품업체에 전가한 사례도 있었다. 박상용 공정위 기업협력국장은 “대형 유통업체가 ‘10년 전 가격으로 드립니다’라는 판촉행사를 하면서 납품업자에게 염가로 납품하도록 강요해 손실을 입히는 사례가 많았다”고 말했다.
부당 반품을 경험한 납품업자는 20.7%에 이르렀는데, 백화점과 홈쇼핑은 주로 소비자가 마음을 바꿔 반품한 것을 이유로, 대형마트와 편의점은 유통기한 경과 또는 임박을 이유로 반품하는 경우가 많았다.
공정위는 지난해 11월 유통 종합대책을 통해 대형 유통업체들의 불공정거래 관행에 제동을 걸겠다는 강한 의지를 밝힌 바 있다. 공정위는 대형 유통업체들이 판촉행사를 할 때 판촉비의 일정비율을 꼭 분담하도록 하고, 명절용 선물세트 등만 반품이 가능하도록 제한했으나, 납품업체의 어려움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난 셈이다.
곽정수 대기업전문기자 jskw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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