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 여파로 대기업들이 인수·합병(M&A)이나 합작법인 설립 계획을 취소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엘지(LG)전자는 독일 코너지와의 태양전지 합작법인 설립 협상을 중단하기로 했다고 7일 공시했다. 지난 9월 양쪽은 양해각서를 맺고 폴란드 접경지역에 합작 생산법인을 설립하기로 했다. 시장에선 엘지전자의 투자규모를 5천억원 정도(지분 75%)로 추산했었다.
엘지전자는 협상 중단 배경으로 “양쪽의 입장 차이가 있었다”고 밝혔지만, 금융위기가 큰 영향을 미쳤음을 인정했다. 엘지전자는 “국제금융시장 또한 불안정한 모습을 보임에 따라 합작사 설립 논의를 계속 하는 것이 현재시점에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엘지전자는 최근 대규모로 현금을 확보하면서 경기침체기에 대비하는 모습이다. 2분기 말까지 현금보유액이 8천억원이던 엘지전자는 3분기 말까지 1조5천억원까지 늘리고, 재고일수나 매출채권 줄이기 등에 나서고 있다. 엘지전자는 이달 시작한 구미의 피디피 A1라인을 태양전지 생산라인으로 전환하는 공사는 예정대로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최근 삼성전자는 미국 샌디스크 인수 추진을 중단했고, 국민연금도 대우조선해양 인수에 투자 참여를 포기한 바 있다.
한편 리스크가 큰 외부기업 인수·합병은 뜸한 대신 그룹내 사업조정은 활발한 편이다. 삼성테크윈이 지난 6일 이사회를 열어 디지털카메라 사업을 분리해 ‘삼성디지털이미징’으로 독립시키기로 했고, 엘지그룹은 초대형 전자부품업체 출범을 목표로 엘지이노텍과 엘지마이크론의 합병을 추진 중이다.
현대·기아차도 부품계열사인 현대모비스와 현대오토넷을 합병하기로 했다.
김영희 기자 dora@hani.co.kr
김영희 기자 do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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